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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은 갑과 을이 없어야지

by 스더언니


나의 결혼 이전의 연애는 늘 불안함만이 가득하였다.

어느 한쪽이 끈을 놓아버리면 그만, 간당간당한 위태로움의 연속이었다.



늘 눈치를 보았다.

늘 을이었다.


혹여 상대방의 기분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화를 내면 어떡하나 무서워했다.


비행기 시간이 연착된 것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으며,

같이 가기로 했던 식당이 문을 닫으면 또 미안해하였다.

내 생일을 맞이하여 함께 갈 식당 예약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였다.

내가 이 옷을 입으면 또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떡볶이를 많이 시켜 남아도 내 잘못.

길을 가다가도 보폭을 맞추지 못해 상대가 화가 나면 또 미안하다 라는 소리를 반복하였다.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뭐 같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방이 나에게서 떠날까 봐 무서웠다.

내가 이 사람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뱉었으니,

그 말에 언제까지나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나는 나의 서운함을 말하지 않았다.

나의 서운함으로 인하여 싸우게 되면, 이 사람의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그래서 헤어지게 될까 봐 말을 아꼈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마음이 다치고,

결국 마음이 닫혀버렸다.


참고 참았던 내가 마음이 닫혀 이별을 고할 때의 상대방의 반응은 늘 같았다.



"다시는 안 그럴게."


물론 그 말을 믿어보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 어떤 이도 잠깐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갑'이 되는 태도는 늘 변한 적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나에게 쓰레기를 던진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


우리는 그 진리와도 같은 구절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으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 오늘도 쓰레기를 던진다.


그만큼 소중하지 않아서다.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이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을 알기에.

이 사람이 그래서 나를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사람이 나를 떠날까 봐."라는 걱정에 의해 상대에게 조심하게 되는 관계가 아닌,


"그저 이 소중한 사람이 상처 받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아파서.."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하게 되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다.


이미 어느 순간에도 당신을 놓지 않겠다는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며, 서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성숙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여러분 중,


만약 나의 모든 지랄을 다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그래서 '이런 사람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고, 그래서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하에 나의 투정을(쓰레기를) 더 함부로 버리는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더 사랑하는 그(녀)를' 함부로 대할 권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권리가 되면,

사람들은 그 사랑을,

그리고 그 사람을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을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관계는 지옥이 되어버린다.



좋은 사람은 맞지만, 좋은 관계는 아니다. 연애만큼은 갑과 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함부로 대하는 그 사람은 당신을 더 사랑한 죄밖에 없다.



반대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만약 '상대방이 떠나갈까 봐...'라는 전제가 있는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면,

제발 그 못된 관계에서 빠져나오라고 말리고 싶다. 당신의 더욱 사랑하는 예쁜 마음을 이용하지 않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고 싶다.


(아픈 건 싫잖아요 힝ㅠㅠㅠㅠㅠ 나는 을의 편ㅠㅠㅠㅠ)






이렇게나 갑과 을이 넘쳐나는 세상에,

사랑에서 만큼은 서로가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사랑은 나를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늘 마음에 두고,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려고 노력하는 그 모든 과정 자체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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