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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의 실전 연애와 결혼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세상 모든 을에게
by
스더언니
Jul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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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상 이치는 give and take라고 한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
노력해야 성공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
자업자득.
인과응보.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세계 어느 곳곳에나 똑같은 말이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지금껏 우리 삶의 이면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단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이러한 이치가 통하지 않는 것 같은 영역이 하나 있다.
'사랑'이라는 것.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며 책임지고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거처를 마련해주고 먹여주고 입혀준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아이고, 내가 황송하게 이 집에서 살고 있으니, 이번 달 월세를 모아 부모님에게 드려야지.."라고 생각하거나,
"학원비를 부모님에게 받기 미안하니 은행에서 대출받아야지."라는 중학생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부모 또한 아이에게 공급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남녀 간의 사랑이다.
그렇게 받아 자라온 아이가, 이성에 눈을 떠서 사랑을 하게 되면,
꼭 누구 한쪽이 애매하게 '지는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똑같이 50:50으로 사랑하는 반반 사랑의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더 사랑하는 것이 일반적이듯이,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책임지듯이.
더 좋아하는 쪽이 늘 지게 된다.
을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갑이 되는 그 한쪽.
덜 좋아하는 사람은 관계에 주도권을 잡게 되고, 상대의 '공급'을 당연시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거지 같은 사실인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어느 집 귀한 아들이고 딸내미인데.
'사랑'이라는 것 앞에서 비굴해지고, 낮아지니 말이다.
어디 가서 절대 꿀리지 않는 당신이,
그 사람 앞에서는 유독 초라한 사람이 된다.
옛다 던져주는 연락에 감사해하고,
어쩌다가 자상하면 감격해하며,
그런 비참한 대우에 굴복하고, 작은 이벤트에 최선을 다해 행복해하며,
조금씩 인생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현타가 세게 온다.
"내가 이래 봤자, 저쪽에서 끈을 놓으면 그만이구나."
사랑에 아파본 사람들은, 즉, 을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초라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이다.
단지, 연애 체질이 아닌
것뿐이다.
이 사람들은 나중 더 행복하려고 준비 중인,
결혼 체질이다.
결혼이란, 흔히 두 개의 반원이 만나 하나의 온전한 원을 이룬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타고난 성향이 있는데, 내 성향에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우주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이다. 대부분 사랑에서 갑질 하는 애들은, 평생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 헤매며 인생을 낭비한다.
"아니, 너만 성질 있니? 나도 성질이 있어. 그런데, 너니까 참는 거야."
을이 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나의 기질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부딪혀도 안고 가는 방법을 배운다.
나의 완벽한 '반쪽'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완전한 '원'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랑에 아파본 사람들, 곰 같은 사람들.
그렇게 '을'끼리 만나서 하는 연애와 결혼은, 그러므로 참 좋다.
어떻게든 발버둥 치며 끌어안으려고, 이해하려고, 아파하느라 쓰였던 에너지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참 쉽네, 이 사람과는 사랑해볼 만하네."
하나의 독립적인 원이 만나, 서로 간섭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더 큰 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에너지를 기대하지 않고도 이미 반짝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랑에 아파하는 모든 여러분.
을이라고 슬퍼하는 여러분.
그러므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을끼리 만나세요.
곰 같은 사람이 당장 자극적인 매력은 없어도,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세상 모든 갑에게 시원하게 한소리 하겠습니다.
.
.
.
.
.
야,
니가 버린 여자(남자),
더 좋은 사람이 알아서 채간다.
그러니까 버려줘서 고맙다, 이 등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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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언니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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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저자
인도, 프랑스, 중국. 18년 떠돌이 스더의 지구 생생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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