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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의 실전 연애와 결혼
예민함을 핑계로 삼지 말자.
예민함은 벼슬이 아니다.
by
스더언니
Aug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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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늘 즐거울 수는 없다.
나처럼 단순한 사람은 차가운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몽쉘통통에도 크게 호들갑을 떨며 기뻐서 날뛰다가도,
나의 스토어 신규 주문 내역을 확인하면 금방 또 시무룩해지는,
(
졸라
)
일희일비한 그런 쉬운 여자다.
시무룩해진 나에게 다가오는 고영희 씨가 '에옹~'하고 밥을 달라고 불만을 표시하면,
평소 같으면 '오구구, 내 새끼 밥이 없쪄요~?' 하고 금방 그릇에 사료를 부어주지만,
이런 좋지 않은 타이밍에 맞춰 '에옹~' 할 때엔 '왜~이 돼지야!! 너 밥 채워준지가 언제인데 벌써 다 먹었어!!!'라고 심술을 부린다.
(이내 미안하다고 껴안기는 하
지만) 그렇게 누구에게나 예민한 순간은 있다.
나처럼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를 보지
못하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지 못한다.
번역 일감을 앞에 두고 당장 안아달라고 얼쩡거리는 고영희를 보면 안아주다가,
그럴 때 세탁기 빨래가 다 되었다는 삑, 하는 울림에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온다.
이럴 때, 나는 빨갛게 달아오른 나의 '예민 칼'이 나의 칼집에 잘 넣어져 있는지를 점검해야만 한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배고파서,
생리 전후 이므로,
혹은 중요한 발표나 공연을 앞두고,
시험을 망쳐서,
사춘기라서, 등등.
우리는 예민할 수 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진 예민함으로 주변인들을 찌르기도 한다.
그런데,
예민함을 우리의 무기로 삼아서는 안된다.
찌름을 당하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찔려도 되기 때문에 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민'은 무기가 아닌, 실수이며 우연한 사고 이어야만 한다.
화를 자주 내는 남자의 곁에 착한 여자 친구가 있다.
어느 날은 회사의 상사가 자신을 갈궈서 예민하고,
어느 날은 비행기 연착이 생각보다 오래되어 예민하고,
어느 날은 가고 싶었던 음식점이 문을 닫아 먹고 싶었던 메뉴를 먹지
못하여 예민하다.
남자는 예민함이라는 칼로 착한 여자를 찌른다.
여자는 남자의 찌름을 묵묵히 견디면서도, 남자의 눈치를 본다.
"내가 미안해, 우리 이거 먹어볼까? 여기 가볼까?" 라며 남자의 기분을 돋우려 한다.
그런데 남자의 그 칼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며,
점점 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구 휘두르게 되는데,
식당에서 종업원의 표정이 좋지 않다며 큰소리로 욕을 하며 영수증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여자의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인 즐거운 분위기에서 갑자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여자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떡볶이가 남아도 여자의 탓을 하고, 남자의 걸음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여자에게 길거리에서 큰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예민한 칼은, 남자를 점점 괴물로 만들었고,
그 예민함을 받아주었던 여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남자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미쳤나 봐. 내가 아니라 이 칼이 그랬어!!"
떠나는 여자를 울며 불며 잡아보기도 하고,
여자 역시 남자를 사랑하여 곁에 머물러보기도 하지만,
여자는 이내 깨닫는다.
그 '예민'이라는 칼은 다른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주는 여자 앞에서만 시퍼렇게 날이 서 가장 날카롭고,
자신만을 무참히 찌르는 가장 비겁하고 잔인한 칼이었다는 것을.
예민함을 수시로 무기로 삼는 사람들,
요즘 말로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 예민한 칼은 늘 약한 사람에겐
(혹은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에겐, 더욱 착하고 순한 사람에겐) 마음껏 휘둘러지고, 강한 사람에겐 이 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잘 숨겨져 '성격 좋다~.'라는 평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눈이 그 정도밖에 안돼서 그래~, 끼리끼리야~"라고 욕하기 전에 생각을 해보라.
연인을 처음 만날 때, 뭐 처음부터 알고 만났겠냐고ㅋㅋㅋ
알았으면 만났겠냐고ㅋㅋㅋㅋㅋㅋ
누구는 뭐 안신중하냐는 말이다.
삼성그룹 이부진 사장님도 처음부터 알고 만났겠냐는 말이다.
몸짱 동안 치과의사 이수진 언니도 그런 남자를 알고 만났겠냐고.
사람은 고난이 있을 때보다 풍요로울 때 망하기 쉽듯이,
사람의 진짜 본성 역시 잘해주기 시작하면 가면을 벗게 된다.
진국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며,
악마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나는 가급적이면
,
예민한 칼부림의 한바탕
뒤
, 오히려
곁에 있는 사람의 '눈치 및 비위 맞춰주는 것'을 은근슬쩍 바라고 즐기는 사람을 멀리하고 싶다.
곁에 있는 사람이 참으면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더욱 그 예민 칼을 자신의 권력쯤으로 착각하는 비겁한 사람들.
폭탄은 니가 던져놓고, 왜 때문에 파워 당당한 건지 묻고 싶다.
그냥
니들끼리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예민함을 자주 핑계 삼아
곁의 누군가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겠다.
혹은 그런 사람
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민 칼을 수시로 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람은,
당신이 그만큼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예민함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는 본성만 남은 어리석은
'괴물'이기에
그렇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나의 예민한 칼을 늘 조심스럽게 숨길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기억하자,
나의 예민함은 절대 벼슬이 아니다.
그 예민한 칼은 점점 나를 괴물로 만들 것이다.
오늘 엄마가 예민하다고 짜증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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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저자
인도, 프랑스, 중국. 18년 떠돌이 스더의 지구 생생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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