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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 아닌 사람과 만나도 될까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찰

by 스더언니


언젠가는 꼭 글로 써야지, 했던 이야기.


왜 유독 크리스천의 연애와 결혼은 더욱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어제 블로그로 상담 요청을 해주신 이웃님이 계셔서, 사랑을 시작을 하기도 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을 위해 (허락을 받고) 각색하여 올립니다.




독자의 질문 :

저는 28살 직장인이고, 부모님은 감리교회 목회를 하고 계셔요. 스더님은 MK로 알고 있는데 저는 PK입니다^_^ 이 시기의 청년들이 그렇듯, 저의 고민도 연애&결혼이네요 하하.


최근 중학교 동창이랑 연락이 닿아서 연락을 하고 있는데 마침 집이 가까워서 저녁에 산책을 한다던지, 비가 많이 오면 가는 길에 출근을 시켜주기도 하고.. 매 끼니 잘 챙겨 먹는지 물어보고.. 세심하고,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느낌상 곧 고백을 할 것 같은 기세입니다ㅋㅋㅋ


걱정이 되는 부분은 종교의 다름이에요. 이 친구는 무교거든요.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결국 헤어지긴 하였지만.. 그래도 크리스천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독실한 사람도 아니고 (평소에 뭐 큐티를 하거나 새벽예배를 꼬박꼬박 다닌다는 둥)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살진 않지만, 자라온 환경이 있고, 정체성이 걸려있는 부분이잖아요..? 당연히 결혼은 믿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원하는 어떤 조건(종교)만 보고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해서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종교를 제외하고 잘 맞고, 마음도 가는 친구인데 부모님이 생각하시면 영 찜찜해하든지, 맘에 안 들어하든지 하실 것 같고... 여러모로 고민이 되네요ㅠㅠ


마음이 두 가지에서 갈팡질팡 합니다 하하;;

28살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니, 만나볼까? 시간낭비일까?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답이 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연애가 되려나?
이쯤에서 친구가 먼저 말 꺼내기 전에 초를 치고 끊어야 하나?

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네요 하하....






스더의 대답 :


안녕하세요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마음대로 정의 내리기엔 참 무거운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늘 말하지만, 날라리 신자예요ㅎㅎ

부모님은 선교사님이지만 저는 술도 좋아하고, 새벽기도를 나가기에도 너무나 잠이 많고요ㅎㅎ 주일에 무엇인가를 사 먹는 것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금했던 저희 부모님의 레이더망을 피해 저는 주일에 아주 잘 놀러다닙니다ㅎㅎ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뭔지 깨닫기까지 정말
많은 연애를 해봤어요.


물론 저도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에게 본능적으로 먼저 끌리더군요, (인간이란 ㅉ)

그런데 또 막상 연애를 해보니 잘생기고 능력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아, 그럼 외모나 능력보다는 인격인가?!라는 생각으로 그보다는 능력이 없어도 평범하고 편안한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죠. 인격이 좋아 보였고 10년을 알았기에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런 예상되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할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는 많은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와요.
그런 막다른 선택을 할 때가 오면 사람에겐 많은 진심이 있어도 딱 한 가지의 진심이 선택되고, 그것이 그 사람의 본성이자 '전심'이 되는 거죠.


그 사람과 만나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왔어요.
인도까지 날아와서 부디 결혼을 하자고 졸라댔던 남자가, 제가 몸이 아프고 일을 구하지 못하자 "네가 돈을 다시 벌면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아."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10년을 알고 지냈던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었고 저의 판단과 느낌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날라리 신자이지만, 하나님이 안 계시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저는 누구보다 미련하고 늘 제멋대로 길을 잃는 양 같은 사람이라서, 어리석게 틀린 선택을 할 때가 많아요. 거기다가 고집은 왜 이렇게 센지ㅠㅠ

철저히 망해봐야 알게 되며ㅋㅋㅋ

불이 뜨겁다는 것을 꼭 들어가 봐야 아는 사람인지랔ㅋㅋㅋㅋㅋ


'제발 님들은 나처럼 불에 들어가지 마요!!!! 진짜 졸라 뜨거워요!!' 하고 화상 입은 제 모습을 보여주며 들어가지 말라고 글로 쓰고 있죠ㅎㅎ


네, 꼭 안 들어가도 되는 것을.

꼭 망해봐야 아는 미련한,

누구보다 더 부족한 사람이에요ㅋㅋㅋ



그런데요.

저의 이런 진심이, 그 막다른 상황과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전심이 되더라고요.


그 진심이 어제보다 오늘 더 많아지는 것이 저의 인생인 것 같아요. 매일 한계를 깨닫기 때문에 저는 이 진심이 너무나 간절한데.. 이 진심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산다고 생각만 해도..

어우..
저는 평생 외롭게 살아가겠죠. 생각도 하기 싫어요ㅎㅎ


제가 넘어지면, 남편이 이 악물고 감사하자고 말을 해요. 남편이 연약함을 고백할 때 저는 안아주며 함께 기도합니다.

아직 저희는 날라리 신자들이에요ㅎㅎ 둘 다 꼴초였고 아직도 술을 좋아해서 퇴근하고 청하를 사 오는 남편을 기다려요. 아직도 운전을 할 때 누가 끼어들면 밀크셰이크 쉐끼 쌍욕은 자동으로 입에 가득 담겨 나오구요ㅎㅎ 누가 악플을 달거나 누군가 저를 힘들게 하면 하나님한테 실컷 저주해달라고 기도합니닼ㅋㅋㅋ 왼뺨을 맞으면 오른쪽을 내어주라는 주님 말씀이 있지만욬ㅋㅋ 전 아직 그렇게 못해욬ㅋㅋㅋㅋ



그런데,

그런데요ㅎㅎ


저는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점점 나아지는 저를 보아요.


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진심이 신앙이라면, 이 사람도 그렇거든요. 제가 꿈꾸던 인생이란, 대단한 것을 이루지 않아도 이 진심을 매일 간절하게 지켜가는 것, 서로 버티는 것을 격려해주는 것인데.

정말로 그래요. 둘 다 담배도 끊은 지 오래되었고 아마 술도 점점 안 하게 되겠죠?(사실 지금도 별로 안마시게 되네요ㅋㅋ 같이 있는 거 자체가 좋아서ㅎㅎ)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매주 찬양 리더 교회 오빠라도 나의 이 진심을 공감하지 못한다거나, 누가 봐도 착실하고 참한 엄친딸 피아노 반주 처녀인데 그 마음속 깊은 곳에 이런 진심이 없다면,


막다른 환경과 상황을 어떻게 같이 헤쳐나갈 수 있을지 도리어 질문해보고 싶어요.



교회를 다니고 다니지 않고 보다 더 중요한 것, 우리 집안은 기독교 배경인데 이 사람이 무교이냐 아니냐 보다 더 본질적인 고찰은 내 마음속의 진심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만약 두 분에게, 이 진심이 조금밖에 없다 하더라도 괜찮아요ㅎㅎ 같이 자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쪽이 아예 없다면?!


씨앗이 없는 화분에 물을 주고 시간마다 음악을 틀어주고, 햇볕에 잘 두고, 새싹을 기대하는 것과 같겠죠. 신앙이란 이런 것 같아요^^


생명의 씨앗이 있고, 없고의 차이^^



사랑으로 안아주고 끊임없이 또 내어주고 희생할 각오가 되지 않고서는 감당하기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저도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정말 얼마나 허무하고 힘들었을지ㅎㅎ 후우.



답변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렵진 않을까.. 그렇다면 너무 죄송한데, 제 마음을 탈탈 털어서 답변드립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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