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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의 실전 연애와 결혼
결혼하면 좋은 점
최고의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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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더언니
Sep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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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좋아?
나는 아무래도 애정 결핍이 맞는 것 같다.
하루에도 저 질문을 세 번 이상은 물어보니 말이다.
남편은, 매일 똑같은 나의 질문 폭격에도,
매일 다른 답을 찾아내느라 힘겨워하면서도.
늘 진심을 다해서 말해준다.
그리고 언제나 결론은,
여보라서 좋아.
결혼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남편이 또 내 눈앞에 있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 남편의 얼굴을 만지며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꼬질한 내 얼굴에 묻은 눈곱을 떼어줄 때쯤, 닝겐의 활동을 감지한 고양이가 우리 배를 짓밟고 올라와 함께 놀아달라고 야옹거린다.
함께 예뻐하며 그렇게 셋이 뒹구는 여유로움이 좋다.
한 사람은 양파를 까고, 한 사람은 어제 미룬 설거지를 해치우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흥얼거리면, 곧 릴레이가 되어 우리끼리 전국 노래자랑이 되기도 하고, 열성으로 화음을 넣어 듀엣을 부르기도 한다.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영화 속 배우가 "Simon!"이라는 이름을 외쳤을 뿐인데,
그와 동시에
(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싸이먼, 싸이먼, 도미닉~!
자동 반사적 랩이 이어진다.
같이 커피를 먹으러 가서 던킨도너츠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의 흔한 멘트를 성대모사하는 남편에게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주기도 하고, 또 함께 웃고.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가 멈춰 보이는 아무 간판 이름이 특이해서 또 웃고.
내가 술에 취하여 매일 똑같이 추는 골룸 댄스에는 매일 날카롭게 색다른 평가를 내려주면서도,
내가 해주는 모든 음식에는 항상 관대하게 맛있다고 해주는 남편이 좋다.
소소하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나왔다가,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츄르를 가지러 나오며 정작 아이스크림 사 먹는 것은 까먹는 싱거운 우리라서 좋다.
가끔 실수할 때도 있지만 잘못한 것을 인지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와 당신이라서 참 고맙고, 서운함이 있을 때, 서로를 찌르다가도 이내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것을 더 못 견뎌하므로 울며 바로 화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좋다.
마주 누웠을 때 내 머리칼을 만져주는 것이 좋다.
손을 잡으면 따뜻한 온기에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륵 온다.
어느새 우리 사이로 끼어드는 고양이의 숨소리와 함께, 잠들 때까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나의 모든 부족함을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라서, 어떻게 이런 좋은 사람이 내
사람일까 고마워할 수 있는 나날이 앞으로 훨씬 많이 있어서.
이런 당연한 나날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나 소중한지 매 순간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라서.
그저 너무 감사해.
신혼아, 끝나지 말거라.
이런 게 결혼이라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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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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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프랑스, 중국. 18년 떠돌이 스더의 지구 생생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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