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거래에서 3만 원에 올린 새 제품을 다짜고짜 만원으로 깎아달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화는 나지만)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웬만하면 5점을 준다.
정 아니다 싶으면 사장님께만 보이게 의견을 쓰는 것으로 소심하게 나의 할 말을 한다.
사람은 매일 무엇인가를 심으며 살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친절을 베푸는 것이 언젠가는 나에게 복이 되어 돌아오리라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하여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볼 때,
나는 그것이 너무나 좋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친절하지 않다.
사정이 있다고 해서 믿어주고, 또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다였는데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고,
잘 웃으면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무례하게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직장을 다니며 지냈던 원룸을 이제야 빼게 되어 인터넷에 매물을 올렸는데, 약속 시간을 잡고 스케줄을 비워놨는데 잠수를 타는 사람이 태반이고, 새벽 두 시에 문자가 와서 지금 집을 보러 가도 되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싶은데 건물주에게 허락을 받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