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더언니 Oct 07. 2023

꽃을 사주는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연애고자가 결혼체질일 수도 있어요

여보, 우리가 만나서 사랑하고,

부부로 연을 맺은 지 벌써 5년이 되었어.




부족하고 답답하고 모자람의 연속인 나를 매일 감싸주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여보가 있어서..



정말 매일 다행이라고 생각해.



남들은 참 쉽다는 그 연애가 나는 너무 어려웠었고,

오랜 시간 혼자 어두운 외로움에 갇혀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늘 남몰래 많이 울었었는데.




여보로 인해 고단하고 굴곡 많은 나의 모든 순간들이,

이제껏 흘렸던 그 모든 눈물이 여보 하나로 다 괜찮아질 만큼 충분히 보상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옆에서 곤히 자면서 숨을 내뱉는 여보를 보며,

지금 지나가는 이 한순간도,

나는 참 결혼을 잘했다는 생각을 해.



결혼을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여보라는 사람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야.







그런데 있지.

나는 지금까지 늘 불안한 삶을 살아서,

이렇게 행복하면 이 행복이 또 어느 순간 눈처럼 녹아서 사라질까 봐 무서워질 때가 있어.



어느 순간 또 이렇게 날 예뻐하는 여보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나와 고양이를 번갈아가며 만지는 그 손길이, 그 따뜻하고 다정한 기운이 모두 꿈이면 어떡하지.


옆에서 운전을 하며 나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여보,

가위바위보를 하고 내가 졌는데도 불을 끄러 가는 여보.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도 내가 먼저 보기 전에 늘 쓱싹 먼저 해치우는 여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지나가는 말도 기억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맛있는 커피를 가져다주는 여보.

양치하는 것도 귀찮아서 미적거리는 나에게 치약 바른 칫솔을 가져다주는 여보.

새벽에 모기가 물려 내가 잠결에 계속 긁고 있으면 자는 동안에 나에게 약을 발라주는 여보.

내가 해준 음식은 무조건 다 맛있다고 해주는 여보,

늦잠 자는 내가 깰까 봐 문도 닫고 조용히 최대한 달그락 소리 나지 않게 설거지를 해주는 뒷모습, 와 하고 내가 기뻐하면 그제야 웃는 여보.

아무 날도 아닌데 꽃을 사다 주고, 내가 세상에서 매일 제일 예쁘다고 해주는 여보.






나는 정말,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떠나갈까 봐. 사라질까 봐.


불안이 두려움으로 덮칠 때가 있어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여보의 얼굴을 보고, 여보의 손을 만지고, 다시 편하게 잠이 들어.  


그래서 오늘도 여보에게 "나 사랑해?"라고 물어봐.


오늘도 고맙다고 말을 하고, 오늘도 여보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해.










나는 이 일상이 얼마나 내 평생 간절히 바라고 바랐던 순간인 줄 알기 때문에.

여보와 함께하는 이 하루하루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여보,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의 20년도.. 그리고 또 그 후에도,


여보를 사랑하고 또 고마워하는 내가 되고 싶어.




사랑해.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온다던데,

정말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항상 고민했던 지난 모든 밤, 꽃 한 송이가 그렇게나 무리한 부탁일까 고심하던 그 모든 날,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워 혼자 끙끙 앓았던 아픈 마음

그런 잔뜩 망한 연애를 이야기하는 스더언니입니다.


연애는 어려웠지만,

다행히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열심히, 잔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마음이 이제는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9월 30일까지 이어졌던 브런치 특별상 수상 작가 아크앤북 잠실점 프로모션 전시에 이어  현대백화점 판교점 9층 문화센터 앞, 10/1(일) ~ 31(화) 까지 역대 수상작 서가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몰래 가서 메시지월에 작가 친필 메시지를 남길 예정입니다.




잔잔하게,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낼게요.



모든 청춘이 사랑 때문에 아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