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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더언니 Sep 07. 2015

사랑에 대하여 1

사람은 기대할 존재나 믿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다.

'압까남꺄해?  (이름이 뭐에요?)'


얼굴이 하얀게 신기한가보다.

그저 말똥말똥 쳐다만 보다가 내가 물으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씩 웃는다.
 
다시 물었다.
 '마미 까항해? (엄마는 어딨어요?)
 
이번에는 대답 대신에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조르는아이.
 


1미터도 채 되지 않은 아이.
안 그래도 까만 작은손에 기름 때를 잔뜩 묻혀서는 신발도 신지 않은채 아장아장 넘어질 듯

사람 많은 이 기차역에서 아무렇게나 잘만 돌아다니는 이 아이.. 더러우니 안아주지 말라고 타이르는 일행의 말을 무시하고 번쩍 안아 들어올렸다.
 
 '디디, 디디 (언니,언니)' 하고 쫑알거림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국에서도 애기들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꼭 한번 안아줘야지
직성이 풀리는데..그 버릇은 인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혹시..
 
이 아이도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그 아인가...
 
 '엄마가 어딨지'
 
걱정하는 만큼이나 바쁘게 눈을 굴렸다.
 
아, 저기..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이 옆에 엄마가 있었다.
눈에 딱 보일 만큼의 가난이 얼굴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피곤한, 그렇지만 얼굴이 하얀 외국인이 자기 아이를 예뻐라 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다녀밧 (고맙습니다)'
 
공손한 인사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저 쪽으로 사라져갔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아이의 눈. 그 여인과 아이의 뒷 모습이, 그 여운이.. 아직까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 나는, '참 무능하다' 라는 생각에 기차를 타는 내내 괴로웠다.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할만한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쉽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며, 본능의 연장일 뿐이다.

나는 "존경해야지." 마음을 먹었다가도,

수업 시간에 음담패설이나 늘어놓는 교수를 존경하기는 정말 쉽지 않구나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선으로 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상처를 가득 안고도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또 상처를 받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 할 수록...

내 기질과 취향에 상관없이 '그럴 수도 있지'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쿠터를 도둑맞아도,

내 앞에 칼을 들고분노에 가득 차있는 사람을 마주쳐도,

말로만 들었던 납치의 위험을 당할뻔 하여도,

알바를 해서 돈이 든 봉투를 소매치기를 당해 한꺼번에 잃었어도..

인도에서 사고로 반이 넘는 치아를통째로 뽑히고도 아무런 보상을 기대할수 없다거나,

떼로 성추행을 당한다거나 등등, 이렇게상식 이상의 일들을 많이 겪고나니,


지금 중국에서 마주하는, 나에게'해를 끼치는'이들이 밉지가 않다.

그냥 꼭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따지고 보면 불쌍한 사람일거야. 라고 나를 다독이면이내 괜찮아진다.



돌이켜보면 상처는 용서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기대하고 믿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그 때 아이에게 별 필요없는 동정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아이 역시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아이었더라면.
 
그저 그렇게 안타까움을 남긴 채 그대로 작별 했었어야 했으며, 내가 가진 작은 마음과 동정 만으로는 이 아이의 미래를 돕지 못했을 잔인한 사실이 싫었지만..


나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도 모르는이 아이가 문득 생각날 때면 아이가정말 행복하면 좋겠다는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에서야 그 동정을...

아무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줄 수 있는’사랑의 작은 일부분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러운 정의를 내린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사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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