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by 스더언니

잘 지내고 있나요?



스물여덟에 만난 당신,



다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매일이 절망이던 그때,

나는 그대를 알게 되었죠.


아직도 기억나요.

그때는 낙엽이 바닥에 다 떨어진,

11월 끝자락 추운 겨울이었는데.



손이 따뜻한 그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고마웠나 봐요.


정말이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나였거든요.



다 잃고,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거든요.




처음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 날의 떨림,

처음 얼굴을 보았을 때 느꼈던 쑥스러움,

처음 나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쓰다듬어주었던 손길, 처음 내 손을 잡고, 넓은 품에 안아주었던 그 모든 순간들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을 감으면 기억해 낼 수 있을 만큼,

그만큼이나 당신이 특별했다면 믿을 수 있나요.




나는,

역시나 미련해서,


아무것도 없는 나를,

또다시 탈탈 털어 당신에게 쏟아부었죠.

당신의 따뜻함은 그래도 아깝지 않았으니까요.


다 준다 해도,

내게 남은 것이 없다 해도.


더 주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그대에게 점점 연락이 오질 않았어요.



한 순간,

또 한 순간,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죠.


'모해?' 라는 말 한마디를 삼일 동안이나 너무나 기다렸으면서도,

그렇게 기다리던 문자를 받고도,

답을 하지 못했어요.


몇 시간 동안이나 그저 핸드폰을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당신에게 답을 하면,


우리 관계의 정의가 곧 끝날거란걸 알았으니까요.


너무나 기다렸던 당신의 연락이었지만.

끝이 보이는 건 너무 무서웠어요.





당신은,



그렇게 나를 떠난다고 했어요.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나는 울면서 당신을 보내주었죠.



당신이 진정 행복하길 바라면서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의 존재가 당신의 행복을 가리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 마저도 존중하고 싶었거든요.



지하철에서 닮은 뒷모습만 보아도 울고,

당신과 성이 같은 사람의 이름이 불릴 때면 뒤 돌아보게 되고,

꿈에서도 당신을 부르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에도, 좋은 곳에 갈 때에도.

자꾸만 생각나는 당신을,

쏟아지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아내며,

한 동안 당신을 비워내었죠.



친구들이 당신 욕을 할 때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어요.

다른 여자가 생겼어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대신 편을 들어주었죠.



그렇게 5년이 지났어요.





나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또 사랑이라는 걸 했고,


가끔은 행복해하기도 하고,

당신이 아닌 사람과 웃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날들을 그럭저럭 다시 견디어내며,



오늘을 보내요.



이제는 그때처럼
누군가가 내미는 따뜻한 손에 기대지 않고,


혼자 씩씩하게 일어섰어요.


이런 날 보면 당신은 웃어줄까요?








이제 아기 아빠가 된 당신,



잘 지내고 있나요?


좋아 보여요.

정말 행복하길 바랐거든요.








나의 아픔이,

당신의 행복함에 보태어졌다 해도 상관없어요.



나에게,



당신이란 사람은,


그냥 끝까지 좋은 사람이니까요.




끝까지 따뜻한 사람이니까요.





그냥,


이렇게밖에 믿을 수 없는 내가 싫어도,



당신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정말 사랑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