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02 | 베를린의 노란 물결
베를린 여행 정보를 뒤적이다 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노란색'이 자주 눈에 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베를린 여행을 하면서 이 노란색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시철도(S-bhan, U-bhan), 트램, 버스까지 모두 노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마치 도시 전체에 밝은 에너지가 흐르는 듯하다.
이는 베를린 교통을 담당하는 BVG의 특징이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베를린도 교통수단을 구분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뮌헨에서는 파란색이 대중교통을 상징한다. 각 도시마다 고유한 색상으로 교통 시스템을 표현하는 것이다. 베를린의 노란색은 단순한 색상을 넘어, 도시의 활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도 노란색만 따라가면 목적지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베를린의 대중교통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과거 분단의 흔적은 대중교통 노선에도 남아, 서베를린 지역에는 지하철(U반)이 촘촘하게 뻗어있는 반면, 동베를린 지역은 트램이나 지상전철(S반)이 주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일어로 ‘지하’를 뜻하는‘Untergrund’에서 유래한 U반은 대부분 지하를 달리지만, 일부 구간은 지상으로 나와 운행되기도 한다. 도시 외곽까지 뻗어나가는 S반은 베를린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노란색으로 통일된 대중교통이지만, 역 내부는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어, 이동하는 순간에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지역마다 시각적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한다. 짧은 일정과 도보 이동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경험할 기회는 적었지만, 베를린에서 역마다 다른 폰트와 패턴, 질감 등으로 조합된 독특한 디자인을 감상하는 것이 또 다른 묘미였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