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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nti Apr 04. 2018

제주 4·3을 수면 위로 드러내다

현기영 <순이 삼촌>

소설 배경이 된 조천읍 북촌리에 세워진 순이삼촌 문학비 @너븐숭이 4.3공원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 나오는 곡소리. 음력 섣달 열 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오백위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하리라. 군경 전사자 몇백과 무장공비 몇백을 빼고도 삼만 명에 이르는 그 막대한 주검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니우다. 이대로 그냥 놔두면 이 사건은 영영 매장되고 말 거우다. 앞으로 일이십년만 더 있어봅서. 그땐 심판받을 당사자도 죽고 없고, 아버님이나 당숙님같이 증안할 분도 돌아가시고 나면 다 허사가 아니우꽈? 마을 전설로는 남을지 몰라도"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



잊지 말아야 할 뼈아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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