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이 바라는 내부자가 되지 않기로 했다

더러움과 거리두기의 기술

by 샤누자오사무

퇴사한 뒤에도 예전 회사 사람 몇 명과는 연락을 이어간다. 안부를 묻는다고 하지만, 실은 업데이트를 받는 일에 가깝다. 그곳에서는 늘 뭔가가 터지고, 그 터짐은 대개 내부가 아니라 바깥을 향해 정돈된 얼굴로 포장된다. 들을 때마다 기가 찬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점이다. 더러움을 너무 자주 보면 혐오감보다 무감각이 먼저 오는 법이다.


그 회사는 매년 1월 첫 주에 부흥회를 한다. 조직문화, 기강 확립, 팀 스피릿 같은 말이 붙는다. 실제로는 전 직원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 상상하기 힘든 돈을 유흥과 홍보용 촬영에 쓴다. 행사장은 조명부터 다르다. 사진이 잘 나오는 각도로 무대가 설치되고, 회사 로고가 박힌 배경막이 촘촘히 깔린다. 다음날 내외부 채널에 올릴 영상이 이미 기획된 상태로 돌아간다. 직원들은 그 프레임 속에서 웃고, 환호하고, 박수친다. 불편함은 대개 술로 덮인다. 취기가 올라가면 인간의 경계는 느슨해지고, 느슨해진 경계 위로 메시지가 들어온다. 우리는 특별하다, 너희는 선택받았다, 곧 큰일이 난다. 복지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어떤 복지는 단지 공동 환각의 유지비다.


올해는 그 부흥회 자리에서 IPO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단다. 그 말 한 줄로 생겨나는 풍경이 있다. IPO를 위해 뽑힌 사람들, IPO 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태스크포스, 생긴 지 1년도 안 된 포지션들,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용도가 끝난다. 이건 구조조정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더 정확한 묘사는 소모다. 그 회사가 사람을 쓰는 방식은 늘 같았다. 필요하면 만들고, 필요 없어지면 접는다. 접을 때는 미안해하지 않는다. 미안해하면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니까. 대신 다른 단어를 쓴다. 방향성 변경, 전략 재정렬, 시장 환경. 단어는 늘 깨끗하고, 결과는 늘 더럽다. 사실은 전략 따위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던 그들의 더러움과 무지, 유해함이다.


상장을 큰소리로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상장하면 부자 만들어주겠다고 했고, 종이 같은 주식을 금덩이처럼 말했고, 그 말을 믿는 동안 사람들은 야근을 합리화했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착취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주식이 종잇장에 가까워졌고, 그 사이 회사의 이윤과 권력은 소수에게 더 밀집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늘 같은 결말이 나온다. 대다수는 세뇌를 가장한 허황된 약속으로 버티고, 소수는 현실로 챙긴다. 그리고 약속이 무너지면, 그 무너짐을 견디는 비용도 대다수가 낸다.


M&A도 없다고 했단다. 이것도 말은 단순하지만, 뒤에 딸린 사람들의 생계와 커리어가 있다. 인수는 성과처럼 포장되지만 통합은 노동이다. 그 회사는 늘 이벤트를 좋아하고 노동을 싫어했다. 딜을 성과로 만들고, 통합은 그냥 하면 된다고 말하던 사람들. 조직과 업무 분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리더십. 투자자는 설득하고 직원은 몰아붙이는 방식. 그러다 이제 딜 자체를 멈추겠다고 한다. 그동안 그 말을 위해 사람을 뽑고, 사람을 갈고, 돈을 태웠다. 방향성은 바뀌었다. 바뀐 건 방향성뿐이고, 태우는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바로 들려온 소식이 있다. 그 일의 선봉에 세워 실무를 쥐어짜던 법무팀 변호사 한 명이 해고됐다고. 이유는 부흥회 기간 동안 술을 많이 마셔서 unprofessional behavior. 정리해고도 아니고, 퍼포먼스도 문제가 없었던 사람임을 알고 있다. 술 마시고 놀자고 만든 자리에서, 그 술을 이유로 자른다. 이런 회사가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회사를 위한 단호함처럼 보이는 장면. 실제로는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메시지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자를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먼저 향한다. 그 친구는 호주에서 뉴욕으로 넘어왔고 비자 제약이 있는 상태다. 해고는 단지 직장을 잃는 일이 아니라, 체류 자격이 흔들리는 일이다. 회사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했다면 더 비열하고, 모르고 했다면 더 무능하다. 어느 쪽이든 더럽다.


그 친구는 업무 특성상 회사 내부 사정과 비리, 투자자와의 관계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냄새가 난다. 입을 막는 해고는 늘 존재한다. 겉으로는 규정 위반이고, 실제로는 침묵 계약이다. 원만한 합의라는 말은 그때부터 다른 뜻이 된다. 소송으로 더러움을 크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 달라는 뜻. 회사는 법을 말하고, 피해자는 시간을 잃는다. 결국 대부분은 지친다. 지치면 침묵이 가장 싸다.


내가 있던 팀에서도 열 명 남짓 남아 있었는데 그중 네 명이 곧 자진 퇴사한다는 소식도 동시에 들려왔다. 그건 의외가 아니다. 다들 기회만 있으면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그 팀에서 비교적 오래된 한 명은 이미 타 부서로 인터뷰를 보고 오퍼까지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몇 달 전부터 절차를 밟아 확정된 이동.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그런데 지금, 네 명이 빠지면서 그들이 하던 일을 해본 사람이 그 친구밖에 없어서 일이 다 그쪽으로 몰리고 이동이 무기한 딜레이됐다고 한다. 회사는 약속을 미룰 때도 손쉽게 단어를 쓴다. 비즈니스 니즈. 리소스 갭. 당장 급한 것부터. 그 단어들이 쌓이면 한 사람의 몇 달, 몇 년이 구겨진다. 그 친구는 착하고 어리다. 착한 사람은 종종 도망치지 못한다.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남아 있는 사람의 일을 떠안는다. 그게 조직이 굴러가는 방식이 되어버리면, 그 조직은 이미 사람을 시스템으로 보지 않고 연료로 본다.


보통은 내가 지나온 곳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도, 내가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망해가는 게 너무 자명해서 웃기고, 웃긴데 슬프다. 그 이중감정이 특히 더럽다. 한때 나는 그들이 바깥에 보여주는 얼굴을 보고 꿈을 꾼 적이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해서 내부로 들어가 본 적도 있다. 그 내부가 어떤지 겪어 본 사람만 아는 종류의 악취가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 악취. 무엇인가 썩을 때 나는 냄새다. 정당화가 많고, 책임이 없고, 말이 많고, 문서가 많고, 증거가 없다. 다들 열심히 말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회의는 많고 실행은 없다. “하면 되지”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들리고, 그래서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바라는 내부자가 될 수 없었다. 그게 다행이었다. 동시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됐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택은 이상하게도 가장 정확한 교훈을 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다만 그 교훈이 깨끗한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더러움을 털어내려고 손을 자를 수 없다. 결국 더러움을 문질러가며 씻어내야 한다. 씻어내면서도 떠오르는 게 있다. 그 안에서 그럼에도 잘 먹고 잘 벌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들의 얼굴에는 별일 없다는 표정이 붙어 있다. 사람을 태우는 방식이 삶의 기술처럼 굳어버린 표정. 나는 그 표정을 상종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그 표정은 세상에 많다. 그래서 더러운 기분이 더 오래 간다.


이쯤에서 나는 내 쪽을 다시 본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곳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종류의 인간이 되지 않기로 한 선택. 그 선택이 나를 조금 덜 더럽게 만들었다. 그 정도가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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