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도 없는 해고와 '사기를 으깨는' 이벤트
금요일, 재택근무 덕에 겨우 숨을 고를 수 있던 날이었다. 그런데 채팅창을 타고 조용한 소식이 흘러들어왔다. 누군가 갑자기 잘렸다는 이야기였다. 공식 발표도 없었고, 간단한 고별 메일조차 없었다. 통보 후 15분 만에 그의 컴퓨터는 초기화되었다고 했다. 화면 너머에서 이름과 존재가 삭제되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동료들과 인사 한마디 나눌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사람이 사라졌다.
더 이상했던 건 그다음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는 분위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체감 40도의 무더위 속에서 사람들은 회사 근처 호텔 테라스에 모였다. 준비된 건 팀 빌딩이라는 이름의 과카몰리 이벤트였다. 아보카도를 으깨고, 섞고, 나눠 먹는 자리. 그러나 실제로 으깨진 건 팀의 사기였다.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좋은 이벤트였어요”라며 형식적인 감상을 남겼다. 하지만 보스가 돌아서자마자 팀원들은 따로 모여 속삭였다. “연락해봤어?” “진짜 이유가 뭐래?” “다음은 누구일까?” 진짜 대화는 테이블 위에서가 아니라 뒷담화 속에서만 흘렀다.
같은 날 저녁, 공지가 떨어졌다. 트레이닝 예산이 전면 폐지되었다는 소식. 분기마다 주어지던 재택근무 주간도 없앴다고 했다. 대신 매달 성과를 기록하고 남기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 말은 곧, 매달 개인의 생존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뜻이었다. 누구도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았지만, 채팅창은 잠시 얼어붙었다. 다들 눈치를 보며 웃음 이모티콘 하나로 반응을 대신했다. 그 순간 모두가 알았다. 이곳은 더 이상 회사가 아니었다. 하나의 게임판이었다.
게임의 룰은 단순했다. “누가 먼저 탈출하나.” 사람들은 억지로 웃으며 팀워크를 연기했지만, 이미 관계의 균형은 깨져 있었다. 사기는 바닥에 흘러내렸고, 신뢰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누군가 사라져도 공식적인 언급은 없고, 빈자리는 곧 침묵으로 덮였다.
결국 조직 문화는 말이 아니라 리액션으로 드러난다. 상사의 말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표정, 뒤돌아서는 순간 터져 나오는 불신과 불안. 아보카도는 금세 으깨지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망가지는 건 신뢰와 존엄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침묵 속에서 유지된다. 과카몰리의 날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조직이 무엇을 가장 쉽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