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저녁노을 속에서 세상이 어둡게 보이는 건
분명 저 산 너머에는
지는 해가 남겨져 있었고
서쪽 하늘마저도 붉게 타고 있었는데
천지간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빛이 남겨져 있으나
온통 세상이 어둡게 보이는 건
한낮 우릴 위에서 내리쬐던 햇빛을
저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해가
꼴깍 넘어가는 숨만큼
아래에서
위로
겨우 힘겹게 쏟아내고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저 산에 부딪히고
대기 중에 산란해서
붉은 파장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빛이 분명 존재하나
가장 어두운 시간
적요(寂寥)한 세상
가느다란 태양의
숨이 그마저도
꼴깍 넘어가고 나면
빛은 사라지고
우린 밤 속으로
잠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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