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어깨 펴세요. 그래도 됩니다.
어깨가 굽어 있었다.
집중하려 모니터 속으로
더 깊이 시선을 밀어 넣었고,
날카롭고 냉랭한 분위기에서
나를 지키려는 듯
어깨를 접고, 더 움츠렸다.
그때,
회사에서 한 동료가 말했다.
“어깨 피세요.
자세를 곧게 해야 해요.”
⸻
나는 괜히 기지개를 켜며 웃어넘겼다.
“그래 그래,
근데 나는 아직 이게 편해서.”
그 말은 가볍게 흘려보냈지만,
몸은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갔다.
어깨는 굽어 있었고,
시선은 더 앞으로 쏠렸다.
나는 아직,
더 잘해야 할 것 같았다.
어깨를 펴고
내 목소리를 내기에는
조금 부족한 사람 같아서.
밀려 있는 업무 리스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의자를 당겨
모니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던 일을 정리하며
업무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고 있을 때,
타 팀에서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 듣는 내용이었고,
내가 맡고 있던 영역도 아니었다.
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맥락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먼저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전화로 설명드릴게요.”였다.
순간,
피로감이 올라왔다.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바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흐름을 잡을 수 있는 몇 가지를 먼저 물었다.
어디서 나온 요청인지,
언제까지 필요한 일인지.
그다음에야
전화를 연결했다.
막상 들어보니
복잡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흐름을 짚고 들어갔기에
바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미
내가 일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예전이라면
상대의 긴급함에 동화되어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을 것이다.
발을 맞추려 할수록 엇나갔고,
더 서두를수록
오히려 일을 놓치곤 했다.
마치 급히 나오라는 말에
슬리퍼를 신고 뛰쳐나갔는데,
러닝을 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보조를 맞추려 애쓰다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
그때,
한 문장이 떠올랐다.
맥락은 요청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짚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이해됐다.
나는 몰라서 못 묻은 게 아니라,
괜히 위축되어 있었을 뿐이라는 걸.
⸻
오래 굳어져 있던 탓에
어깨를 펴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펴보려고 한다.
어깨를 펴도 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바르게 서 있기 위해서.
⸻
누군가 다급하게
정답만을 요구할 때,
나는 한 번 더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을 것이다.
그리고
되물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해하려고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