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등어를 덜 바르기로 했다.

by 언어미식가

늘 그랬다.

같이 먹는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먼저 가시를 발라내는 쪽이었다.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그게 더 익숙했고,

그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 발라놓고 나면,

정작 나는

먹을 게 없다는 느낌.


그게 음식 얘기만은 아니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았다.


나는 자주

사이에 서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정리해 주고,

누군가의 의도를 대신 설명해 주고,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먼저 말을 꺼내는 쪽.


그렇게 하나씩

가시를 발라내듯

상황을 정리해 왔다.


같이 먹는 자리였는데,

나는 자꾸 서빙을 하려고 했다.


오늘도 그랬다.


예정에 없던 설명회가 잡히고,

준비되지 않은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회의실을 정리하고,

사람을 모으고,

빠진 걸 채우고,

흐름을 맞추고.


나는 그 사이에서

계속 자리를 맞추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상한 생각이 하나 따라붙는다.


이건 누가 정리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늘 내가 서 있다.


나는 가끔

내가 임시 운영체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식으로 맡은 건 아닌데,

어딘가 비어 있으면

그냥 내가 대신 돌아가고 있는 느낌.


문제는,

임시로 버티고 있는데도

이게

정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그 상태가 길어질수록,

이상하게도

그 책임이 내 몫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 가장 닿아있는

내가 이걸 만들어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그 생각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오늘은,

조금 지쳤다.


내가 힘들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쉽게 꺼내지지가 않았다.


그걸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가 그 무게를 모르면


그건 그냥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는

괜히 엄살 부리는 사람이 된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의 무게는

알아주려고 애썼는데,


내 무게는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도.


그래서 오늘은

고등어를 덜 바르기로 했다.


모든 걸 미리 정리하지 않고,

조금은 그대로 두고,


누군가는

스스로 가시를 발라보게 두고,


나는

내 몫의 반상을

먼저 챙겨보려고 한다.


조금 서툴러 보여도,

오늘은

그게 맞는 선택 같다.


돌이켜보면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내가 먼저 그렇게 움직여온 것도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한다.


내가 먼저 다 발라주던 습관이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나를 소진시키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그래서 오늘은 의도적으로

조금 덜 웃었다.

작가의 이전글라운드 숄더를 극복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