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라 부르기엔 조금 버거운 날들에 대해
미룬 일들은 엄청 많다.
기한이 임박하지 않은 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 정리,
해야만 하는 일들에 착수하기,
집안일,
아이 반찬,
장보기,
운동,
피부 관리와 세수,
베이스 기타 연습,
그리고
할머니한테 전화하기,
오늘 지출한 내역 점검하기까지.
…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나를 보며 생각한다.
“나 왜 이렇게 게으르지.”
특히
할머니한테 전화하는 일은
이상하게 더 오래 미뤄진다.
단순히 바빠서라기보다는,
막상 전화를 걸면
괜히 더 마음이 쓰일 것 같아서.
그래서 또 미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로 미루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나중의 내가 힘을 내어
이 일을 해내주기를 바라는
하나의 기대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내가 감당하기 벅차서,
조금 더 괜찮아질 나에게
이 일들을 맡겨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게 너무 자기 합리화 아닐까,
괜히 올렸다가 후회하는 건 아닐까
잠깐 고민했다.
그래도
지금의 나를
너무 쉽게 게으름으로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아서,
이렇게 적어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몇 가지를 또 미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과자를 먹으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그래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늦은 밤, 꾸역꾸역 과자를 먹는 나를
스스로가 너무 미련하게 바라보지 않고 싶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위해
조금은 더 차분한 선택을 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