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리고 나
모든 집은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
모든 가정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우리 집 모녀 관계는 매우 어렵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어려워한다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그녀가, 우리가 너무 어렵다.
온 지구에서 우리 둘만이 서로를 알아주는 것처럼 부둥켜안다가도 어느새 마치, 너를 위해 내놓았던 내 목숨 돌려 내라는 듯 차갑게 등을 보이기도 하는 사이.
그 시작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나의 탄생부터가 그의 시작이지 않았나 싶다.
대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가 아이를 낳았고,
태어난 아이는 20살 넘은 아이의 전부가 되었다.
남편이 있다고 한들
모든 이들이 그 둘을 사랑해 주었다고 한들
아이가 그녀의 전부가 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사랑을 너무 받아도 결핍이 생긴다고 하던가.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란 아이는 어느덧 엄마가 자신을 낳은 그 나이를 뛰어넘었다.
서로 밖에 없다고 느낀 수많은 지난날들에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던 날들에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묶어버렸고,
다 큰 아이는 둥지를 어떻게 떠나야 할지 알지 못한다.
나의 목숨보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는 건 곧 그 존재에게 삶의 의미를 저버리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영원한 안녕도 아닌데, 고작 그 집을 떠나는 것이 왜 이렇게 그녀를 떠나는 것 같을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너무 사랑해서 아프고, 너무 사랑해서 떠날 수 없는 그녀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더 오래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