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9 <섬에 있는 서점>을 읽고
우연히 책방에 들어가 이 책을 손에 들고 나왔습니다.
책 추천을 해주시겠다던 책방지기님께 어떤 책을 추천받을까 잠시 고민하다,
'어둡지 않고, 우울하지 않은, 서양 배경의 소설책을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저는 오랜 기간 어둡고, 우울한 책을 즐겨 읽었어요. 반전 있는 스릴러(추리 소설)를 제일 좋아해서 영화도 그런 영화들만 찾아서 읽곤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마치 사람들이 삶도 힘든데 뉴스까지 봐야 하냐고 하는 것처럼(물론 뉴스는 삶에 중요하지만) 굳이 작품까지도 어두운 걸 보기 싫더라고요. 그리고 유독 그날은 더... 공주님 왕자님 나오는 그런 밝기만 하고 유쾌한 그런 소설을 읽고 싶었던 날!! 그런데 공주님 나오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는 차마 말 못 해서..... 돌려서 저렇게 말씀드렸고,
그렇게 추천받은 책 <섬에 있는 서점>
표지는 조금 무서운 느낌이 있지만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에요.
표지 디자인을 조금 잘못한 느낌..
이 책은 작은 섬에서 책방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예요. 부인을 잃고 혼자가 되어, 조금은 방어적으로 삶을 살고 있던 사람의 책방에 누군가 아이를 두고 가면서 생기는 삶의 변화들을 그리고 있답니다.
일단 절반까지는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로맨스가 담긴 책들이 그렇듯, 갑자기 너무 쉭쉭 변화하더라고요.
너무 사람이 금방 밝아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러브라인이 생깁니다!!!!!!
저는 로맨스 책을 좋아하지 않나 봐요. 로맨스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제발 이어지지 마라.. 하는 나쁜 마음을 먹으며 뒷부분을 읽었어요.. 책방에 누가 아이를 버리고 가고, 그 아이를 결국 자신의 딸로 맞아 키우게 되는 설정인데, 저는 그 아이와의 교류가 (정말 판타지스럽지만) 조금 더 깊고 자세히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클래식하더라도 아이에게 마음을 닫은 남자가 결국 열게 되는 아이와 남자의 성장 이야기로 한 권을 꽉 채웠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남자가 호호할아버지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닌 것 같더라고요......?
30대 후반~40대 중반 언저리인 것 같은데.. 초반 어투나 설명들이 나이가 꽤 많은... 것처럼 느껴졌어서 30대 여자와 이어지는 게 이상한 게 아니면서도 머리에 이미지가 굳혀진 상황이라 뭔가 더 이상하게 다가와버렸어요.... 찾아보니까 표지에 그 둘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지를 뙇 보여준 버전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상상을 더 못하게 하는 표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상상을 잘못하다 보면 책의 재미가 반감이 되어.. 결국 망하게 된다는... (그 이미지 속 외형도 전혀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영화화가 잘못될 때마다 찢어지던 마음이 다시 생각나고....
그래도 이 책은 저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아요. 그 아기가 엘모를 엄청 좋아해서 엘모랑 세서미 스트리트 책이 나오는데 저는 세서미 덕후이기 때문에 깜짝 놀라게 좋았거든요. 물론 서양권에서 엘모는 뽀로로보다 훨씬 더 흔한 존재지만.. 그래도 우연히 산 책에 엘모가 나오는 것만큼 반가운 게 없으니까요ㅎㅎ.
나에게 주어진 것들 중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이렇게 된 이유가 있겠지,
그 안에 내가 아직 못 찾은 것들이 있겠지 하며 살아가려고 노력 중인 요즘.
우연을 가장해서 책을 또 소비하고, 그 책이 운명 같은 책이기를 매번 바라며 읽기 시작하는 저로서는 기왕 산 책, 나에게 찾아온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 생각하곤 하거든요.
그래서 비록 큰 재미는 없었지만, 이 책이 바로 제가 추천받고자 했던 "키워드 그대로의 책"은 맞았던 것을 확인하며 책방지기님의 추천 실력도 확인했고. 엘모도 봤고 하니 새해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은 기운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로맨스도 좋아하고, 따뜻한 이야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추천드려요!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