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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Sep 23. 2018

유럽의 화장실1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유럽의 화장실


화장실은 보이면 가고, 식당은 배고프기 전에 간다.


처음 독일 주재원으로 왔을 때 정한 나름의 원칙이었습니다. 화장실 인심이 우리나라처럼 후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유럽에서 화장실은 우선 찾기도 힘들고 겨우 찾아도 대부분 유료입니다. 현금이 없으면 정말 난감해집니다. 식사도 배고파서 가면 음식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슬슬 배가 고파지려 할 때쯤 가면 딱 맞는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의 수세식 시스템이 생기기 전엔 어느 문화권이나 화장실을 멀리 했었고, 지금처럼 깨끗한 현대식 화장실이 생긴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도시가 지금처럼 형성되었고 그 당시 만든 건물들을 지금까지 유지해서 사용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화장실이 현대 건물처럼 후하게 만들어지기 전이었습니다. 당연히 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생리 활동에 이런 제한이 따르는 것은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유럽에서는 참으로 야박하게 보일 수 밖에 없지만 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니겠습니까?


우선 유럽엔 화장실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들도 화장실을 가는데 설마 없기야 하겠냐 만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개방을 안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법률로 대형 공공장소인 경우 1층의 화장실은 무조건 개방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불만이 많겠지만 이 부분만큼은 우리가 전 세계 최선진국이고 홍익인간 정신의 발로이며 인류애의 실천임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고급 백화점이라 해도 우리처럼 매 층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나 특정 층 한두 개뿐이고, 그나마도 돈을 받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일반 음식점의 화장실은 주로 지하에 있고 믿기 어렵겠지만 가게 손님들에게 돈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통상 50센트 정도입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우리 정서로는 참 당황스럽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70센트 정도이고 70센트를 넣으면 50센트짜리 쿠폰이 나옵니다. 이 쿠폰은 휴게소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휴게소의 모든 것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고속도로 화장실 - 브레멘 독일)


(70센트를 넣으면 나오는 50센트짜리 쿠폰 - 브레멘 독일)


과거엔 맥도널드가 보이면 무조건 들러 화장실을 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등도 대부분 유료화 되거나 물건을 산 영수증에 비밀번호를 찍어주고 화장실을 잠궈 두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세상이 참으로 야박해 졌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까페든 식당이든 어디든 나오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들렀다 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화장실 사용이 힘들다 보니, 의외로 문화인인줄 알았던 유럽인들도 노상방뇨를 많이 합니다. 더욱이 흔하디 흔한 것이 맥주인 유럽이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부족한 화장실 탓에 남자 화장실에 불쑥 들어오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서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여자들 목소리가 들려 놀라 돌아보니 눈 마주친 여성분들이 생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볼일을 보고 나갑니다.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고 특히, 프랑스에서 자주 벌어졌는데, 파리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는 화장실을 찾으니 1층에 딱 하나 뿐이었고, 심지어 남여 공용이었습니다.


#유럽여행 #유럽화장실 #노상방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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