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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Nov 11. 2018

완벽한 기내식

유럽 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완벽한 기내식


처음 배낭여행이 한국에 소개되던 90년대 초에는 정말 거지 여행이 낭만이었고 그런 거지 여행 중에 가장 호사스러운 식사는 기내식이었습니다. 이제는 해외 현지에서도 여러 가지 맛있는 현지식을 먹는 것이 당연한 여행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기내식이 더 이상 특별하고 대단한 식사는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행을 처음 출발하면서 먹게 되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그리고 해발 10,000m 상공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멋진 일이 분명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관련 블로그를 보면 기내식에 대한 평가의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실패를 줄이는 기내식 고르는 방법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기내식이 이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종종 망하게 하는 이유는 승무원 분들이 Beef or Chicken? 하면서 3초안에 선택할 것을 정말 상냥한 미소로 압박을 하기 때문입니다. 각 요리에 대해 친절하게 다 설명을 듣고 실제로 보여달라 하고, 시식도 해보고 고르면 최상인데,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죠. 비즈니스 이상을 타지 않는 한.

이 짧은 순간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기내식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먼저 기내식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코노미석의 대부분의 기내식은 우리가 선택하는 메인 요리가 있고 거기에 전채로 먹을 샐러드와 후식 종류인 케잌이나 푸딩 또는 과일, 거기에 요구르트나 빵으로 구성됩니다. 어느 항공사나 이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고, 어떤 메뉴를 선택하던 기본 구성이 같기 때문에 가장 핵심이 되는 메인 부분만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메인이 되는 요리 부분은 주로 소고기(Beef), 돼지고기(Pork), 생선(Fish), 닭고기(Chicken)중 하나의 재료로 만들어 지고 두번째 부분은 쌀밥이나 파스타로 채워지는 탄수화물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부분은 야채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 돼지테리안들은 야채는 그것이 뭐든 별로 게의치 않으므로 과감히 패스하겠습니다. 그러면 탄수화물 부분과 단백질 부분 두 가지가 선택의 핵심이 됩니다 이 두가지의 선택만 잘 하면 실패를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인천발 방콕행 타이항공 기내식. 청경채(야채), 쌀밥(탄수화물), 치킨(단백질) 3부분으로 구성되있다)


기내식의 또 하나의 원칙은 출발지의 요리와 도착지의 요리로 한가지씩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발 파리행 비행기라면, 기내식 한가지는 중국식, 나머지 한가지는 유럽식으로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기내식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출발지에서 준비가 되어 기내에 실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승무원분들이 Beef or chicken으로 물어볼 것이 아니라 중식인지 양식인지로 물어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고기라는 같은 재료라 해도 스테이크와 불고기의 차이가 다른 고기지만 소 불고기와 돼지 불고기의 차이보다 훨씬 크지 않습니까? 재료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요리법이 훨씬 더 큰 차이이고 그 요리의 본질을 유추하기 쉬운 요소라면 그것으로 설명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KLM 네덜란드 항공의 기내식. 오른쪽 위에 한식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마지막 기내식의 핵심은 미리 조리한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짧아도 3시간, 통상 5시간 전, 길게는 15시간 전에 조리하여 기내에 실립니다. 이미 만든 음식을 다시 데워서 주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식은 후 재 가열했을 때 실패가 적을까요? 

다시 메인의 구성으로 돌아가 봅시다. 세 부분 중 야채는 어차피 관심 없으니까 또 패스. 고기 부분에서 가장 재 가열했을 때 맛의 변화가 심한 것은 소고기 입니다. 한번 식은 후에 다시 재 가열을 하면 육질이 딱딱하게 됩니다. 절대적으로 소고기 애호가가 아니라면 소고기의 주문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소고기를 어떻게 요리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출발지 음식인지 도착지 음식인지 입니다. 사진의 경우 출발지가 터키 이스탄불이었습니다. 터키에서는 소고기를 스테이크처럼 덩어리로 먹는 요리가 거의 없고 주로 함박스테이크처럼 갈아서 뭉치거나 얇게 져미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죠. 예상대로 갈은 소고기를 뭉친 쾨프테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소고기의 육질이 딱딱하게 변하지 않고 재 가열 후에도 처음 한 요리와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터키의 향료가 싫은 사람에겐 실패지만)


(터키항공 기내식, 쇠고기 쾨프테. 마찬가지로 밥(탄수화물), 소고기(단백질), 익힌 야채(채소)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고민할 부분이 탄수화물 부분인데, 이는 식은 밥을 렌지에 데워서 먹을 때와 몇 시간 전에 끓인 라면을 다시 데우는 것과의 차이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쌀은 곡물 자체의 형태를 그대로 조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자체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밀은 우선 밀가루로 분쇄를 한 후에 다시 반죽을 통해 모양을 만듭니다. 그래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형태의 유지가 쌀에 비해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로 기내식에서는 그나마 형태 유지에 용이한 파스타면을 주로 쓰지만 중국계 항공사에서는 중국식 면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의 중국식 면들은 갓 만들었을 때의 식감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보기만해도 푹 퍼져보이는 중국면, 상하이발 인천행 중국 동방항공 기내식)


마지막으로 정말 이것저것 생각하기 힘들 때, 저는 출발지 음식을 택합니다. 독일에서 출발해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라면 그 기내식은 독일에서 만들어져서 실렸을 확률이 큽니다. 그렇다면 독일의 기내식 공장에서 만든 독일식 음식이 맛있을까요? 한식이 맛있을까요?


(인천발 프랑크푸르트행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비빔밥)


(프랑크푸르트발인천행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비빔밥)


위의 두 사진은 같은 독일항공의 비빔밥 기내식입니다. 위의 사진은 인천에서 만들어 제공된 비빔밥이고 아래 사진은 독일에서 출발할 때 실린 기내식입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같은 항공사 같은 메뉴지만 만드는 곳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에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다양한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어서 제가 제안드린 위의 방법이 항상 맞을 수는 없겠지만 즐거운 여행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내식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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