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Dec 23. 2018

유럽의 크리스마스 음식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겨울철 음식들


겨울철엔 역시 크리스마스라는 최대형 이벤트가 있다보니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이 크리스마스에 맞춰져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은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산다는 말이 있듯이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당연히 이 날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가지 특별한 음식들이 동원됩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독일어권 국가들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잌으로 슈톨렌(Stollen)을 먹습니다. 우리의 파운드 케잌 같은 느낌인데 건포도 및 견과류가 잔뜩 들어가고 슈가파우더로 겉을 덮어서 하얗게 만듭니다. 지금의 부유한 유럽을 생각하면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사실 유럽도 근대까지 기근과 전쟁이 끊임이 없었던 곳이라 민중들의 삶은 만만치않았습니다. 호밀향 가득한 심플하고 거친 유럽의 건강식 빵들은 사실 배고픔의 상징이었고 주일에나 먹을 수 있는 빵에만 우유나 계란을 듬뿍 넣어 부드럽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잌들도 마찮가지 입니다. 건과일과 견과류를 듬뿍 넣어 이럴 때라도 영양 보충을 하자는 의미가 강합니다. 물론 종교적으로는 동방박사가 진상한 선물을 형상화하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만요.


독일에 슈톨렌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파네토네와 빵도로가 있습니다. 비단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먹고 있습니다. 둘 다 효모로 부풀린 케잌으로 달걀과 버터가 듬뿍 들어갑니다. 파네토네는 밀라노에서 피자처럼 납작하던 기존의 파네토네를 마치 요리사의 모자처럼 높게 부풀려 올려 대 인기를 끈 케잌으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각 제과점들은 멀리까지 단골손님들에게 선물로 보내던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전통이 나중에는 일반인들간의 선물로도 널리 퍼져서 지금은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때 친한 친구들끼리 이 케잌을 선물합니다. 유명한 일화로 작곡가 푸치니가 지휘자 토스카니니에게 파네토네를 보냈는데, 그 이후 까칠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자 화가 난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전보를 보냈습니다 “실수로 파네토네를 보냈군요” 그러자 토스카니니는 “실수로 파네토네를 먹었군요”라고 회신했다고 합니다. 

파네토네는 그 역사가 꽤 긴 케잌인 반면, 빵도로는 비교적 최근에 베로나의 제빵사 도메니코 멜레가티라는 사람이 개발된 케잌입니다. 역사는 각자 다르지만 최대한 높게 부풀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발효를 일으키 위해 재료는 발효를 방해하는 견과류, 과일등은 점차 없어지고 지금은 달걀과 버터로 거의 같아졌기 때문에 별 모양으로 만드는 빵도로의 모양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탈리아 전역에 상점마다 파네토네나 빵도로를 산처럼 쌓아놓고 팝니다.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고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습니다. 필자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단골 가게 트리디코에서 매년 빵도로를 챙겨주곤 했습니다.

(매년 단골 식당에서 선물로 주던 빵도로 - 프랑크푸르트 독일)


거듭 얘기하지만 유럽의 겨울은 참으로 고독하고 쓸쓸합니다. 거의 매일 음습한 날씨가 계속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다 축축 쳐지게 됩니다. 저와 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은 긴긴 유럽의 겨울을 크리스마스만 기다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때 정말 힘이 되었던 음식이 미네스트로네(Minestrone)였습니다. 미네스트로네는 이탈리아식 야채 스프인데 사실 겨울철 음식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시사철 다 즐겨 먹는 스프이지만 저는 겨울에 유럽을 여행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지쳤을 때 따스한 스프 한 그릇은 정말 마음을 녹여줍니다. 여행 중 알게 모르게 부족하게 되는 야채를 보충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음식입니다.


(미네스트로네 – 프랑크푸르트 독일)


또 하나의 겨울 요리로 거위 요리를 들 수 있습니다. 주로 프랑스와 독일어권 국가에서 많이 먹는데, 우리의 명절처럼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 다 모여 앉아 나눠 먹는 요리입니다. 거위를 오븐에 익히는 동안 중간중간에 흘러나온 기름과 육수를 거위 고기에 다시 발라가며 익힙니다. 이런 요리 방식을 콩피(Confit)라고 합니다.매우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지만 이렇게 육수를 발라가는 동안 거위의 껍질이 바삭바삭하게 구워집니다. 준비 과정부터 매우 번거로운 요리로, 비교적 단순한 독일 요리 중에 유독 만들기 쉽지 않은 음식입니다. 어디나 명절 음식들은 만들기가 까다로운가 봅니다. 우리도 명절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명절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데, 실제 유럽에서도 전 가족이 다 모이는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나면 이혼율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거위 요리 – 프랑크푸르트 독일)


마지막으로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4주전부터 시즌에 돌입하는데, 최근에는 상업적인 이유로 6주전부터 시작하는 곳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켙이 들어 서는데 여러 가지 음식들과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들을 판매합니다. 그 중 와인에 허브와 과일을 넣고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글루바인(Glühwein)은 반드시 등장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뱅 쇼(Vin Chaud)라 부르고 영어로는 멀드 와인(Mulled wine), 폴란드에서는 비노 그자네(Wino grzane)라고 합니다. 만드는 법은 대동소이한데, 와인에 오렌지, 레몬 그리고 시나몬과 클러브과 같은 허브를 넣고 은근하게 데우면 완성입니다. 대부분 가당을 한 기성 제품을 가져다 데워서 주기만 하기 때문에 부스별로 맛의 차이는 크지 않고 충분히 달기 때문에 마시기에 거부감은덜합니다. 판매할 때 머그잔의 가격을 포함해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마신 후 머그잔을 반납하면 환불을 해주고, 머그잔을 기념으로 가지고 싶으면 그대로 가져 가면 됩니다. 


(크리스마스 마켙의 독일 동료들 - 프랑크푸르트 독일)


#크리스마스요리 #크리스마스마켙 #슈톨렌 #빵도로 #파네토네 #미네스트로네 #글루바인 #뱅쇼 #멀드와인 #거위요리

작가의 이전글 유럽의 정서적 범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