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Feb 17. 2019

마약, 매춘 그리고 모른척 하기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암스테르담을 검색하니까 가장 많이 보이는 글과 영상들은 주로 마약과 매춘이 합법인 곳이라는 것이 가장 많네요.

정말인가 한번 볼까요? 홍등가(Red Light Street)가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독일도 매춘이 합법으로 공창지역이 있습니다. 다만 독일의 경우는 합법으로 인정해주는 대신 도시 외곽에 지역을 특정해서 그 구역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시내에서는 가끔 광고 찌라시나 광고판은 보이지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는 한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끝까지 어디에 있는건진 알 수 없었던 출퇴긴 길 매일 보던 도심의 광고판 - 프랑크푸르트)


그에 반해 네덜란드는 보시는 바와 같이 중앙역을 나와 대로를 걷는 중간중간 곳곳에서 붉은 등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물론이고 이런 홍등가를 이미 잘 알고 호기심에 오신 분들조차 이정도야? 라고 문화 충격을 받습니다. 이곳에서는 하나의 정식 직업이고 일하시는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므로 직접 촬영은 불가해서 대략 분위기만 이렇게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운하변의 붉은 불빛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네덜란드에서 Coffee shop은 대마초를 파는 곳입니다. 그래서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민감한 분들은 먼가 풀을 태우는 냄새 같은 걸 느끼십니다. 시내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특히 coffee shop 주변을 지나가면 이 냄새만으로도 한국 돌아가 만약 대마초 검사하면 적발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진동을 합니다.

혹시라도 모르셨다면 커피 드실 분은 coffee shop이 아니라 café로 가셔야 합니다. 실수를 하지는 않는게 근처만 와도 냄새로 충분히 뭔가 이상한 곳이구나 직감하실 수 있고 그래도 모르고 문을 열어보시면 안의 분위기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시면 됩니다.

(가장 유명한 커피샾 불독 - 암스테르담)


다들 네덜란드는 마약과 매춘이 합법이라는 것만 얘기하시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이 막 나가는 또라이들이어서 그런걸까요? 사실 매춘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고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인간 근본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불법 영업과 단속의 숨바꼭질로 공권력을 낭비하느니 양성화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 네덜란드의 사고 방식입니다. 정당하게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위생관리하고 영업해서 떳떳하게 세금을 내는 하나의 정식 직업인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마약에 대한 관리 정책도 매춘만큼이나 획기적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와 경찰력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 미국도 마약의 사용율을 낮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직접 군대를 파견해서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을 토멸하고 있는데도 왜 마약은 근절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마약의 공급자의 통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의 공급을 줄여도 그 수요가 그대로 존재하면 결국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공급책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위험한 거래이기에 더더욱 큰 돈 벌이가 되는 것이 절대로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아예 반대로 수요을 줄이는 접근을 합니다. 마약을 단속하니 구하기 힘들고 그래서 마약 가격이 폭등하고, 그 수익을 노리고 또 다른 범죄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오는 미국의 실패 사례와 달리 마약을 합법화하면 마약을 구하기 쉬워지고 그러면 가격이 내려가서 범죄 집단이 그다지 수익을 올릴 부분이 없어지니 공급이 자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접근입니다.

물론 아무나 막 사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Coffee shop은 대마초등의 연성 마약을 하루 500g만 판매 가능하며 일인당 구매 한도는 5g이고 이 매매 기록은 모두 정부에서 관리를 합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당연히 영업 정지 등 처벌이 따릅니다.

실제로 이러한 네덜란드식 마약 관리는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합리적인 발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문화에서 기인하는데 이를 헤도흔(Gedogen)이라고 합니다. 흔히 관용으로 해석되는데, Gedogen은 우리의 관용과 다소 다른 개념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네덜란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입니다

우리말 사전에서의 관용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 (네이버 사전) 입니다. 대부분 머리속에 가지고 계신 개념과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의 관용은 너그러이 용서한다는 개념보다는 못본척 하기, 모른척 하기에 더 가깝습니다. 결과는 비슷하지만 느낌은 많이 다릅니다. 즉 니가 무슨 짓을 하는 나는 모르겠다, 난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개념입니다.

카페(café)는 음식과 더불어 음주를 하는 곳이지만 coffee shop은 기본적으로 커피만 파는 곳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양성적인 이미지 입니다. 따라서 경찰들도 굳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단속을 하지 않고 모른 척해도 되는 명분이 되는 곳인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문화에서 가장 역설적이지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고 방식과 또 하나, 협업정신입니다. 언뜻 완전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지만 이 두 가지 개념이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네덜란드입니다.


암스테르담은 예로부터 철저히 상인들에 의해 발전해온 비즈니스 국제 무역의 도시입니다. 세계 각국의 장사꾼들이 모여서 거래를 벌이고 그로 인해 나라가 운영되는 구조에서 돈이 되는 것이라면 왠만한 것은 눈감아 준다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싹텄고, 다른 유럽과 달리 영주와 농노로 구분되는 철저한 봉건주의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유럽으로서는 파격적인 수준의 평등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봉토 내에서 영주를 중심으로 집단주의적으로 움직이는 문화가 아닌 각 개개인, 각 가정, 각 직업별 조합(길드)등의 이해 관계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상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협업 정신은 또 무엇인가 하면, 네덜란드는 잘 아시다시피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간척해서 국토를 넓혀 온 나라입니다. 그 무엇보다 바다로부터의 위협을 지켜낼 제방 관리가 필수입니다. 여기에는 귀족 노비의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제방 터지면 전부다 몰살하는 구조이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네덜란드는 물관리 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옛날부터 같이 제방을 쌓고 흙을 나르고 했던 협업정신들이 아주 뿌리 깊습니다. 이는 오히려 귀족 계급이 극히 적었던, 상인들간의 평등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가 되는 개념입니다.

네덜란드의 간척, 운하등에 대한 이야기, 암스테르담의 발전 과정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정서 아래,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에서는 헤도흔(Gedogen)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매춘은 2000년에 비로소 합법이 되었지만 마약은 여전히 불법이란 것입니다. 불법이지만 합법처럼 영업하고 그것을 굳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못본 척해주는 헤도헌의 결과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너무 잘 아시겠지만 마약에 관한한 아주 엄중히 처벌하고 결정적으로 속인주의입니다. 즉 어디서 했느냐가 아니고 그 사람 국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법률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네덜란드가 설령 마약이 합법이라 하여도 한국인이 마약을 하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법에 적용을 받아 엄중한 처벌을 받는 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약#매춘#합법화#헤도흔#관용#네덜란드#암스테르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