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못한 건 나였다.
2019년 말, 코로나는 아주 조용하게 시작됐다.
전 세계적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염병이었다.
우리나라는 괜찮을거라 믿으면서도 사람들은 점점 경직되어갔다.
혼란은 곧 시장에 반영됐다.
2,200선에서 횡보하던 코스피가 1,440까지 떨어졌다.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코로나는 위협적이었지만, 사람들은 익숙해져갔다.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비대면의 삶은 기본값이 되었다.
그리고 2021년 6월 코스피는 3,000을 돌파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는 전형적인 포모현상을 겪고 있었다.
재테크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 중 '마법의 연금굴리기'를 읽으며 자동이체로 존재조차 잊고 있던 연금이 생각났다.
15년이 넘도록 부어왔던 연금저축펀드였다.
복리를 믿었고, 시간의 위대함을 믿었다.
기대하며 계좌를 열었다.
'연환산 수익율 1.7%'
두눈을 의심했다.
'대체 뭐지.'
돈이 나의 무지 속에서 천천히 녹고 있었다.
노후 자금은 무조건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든 결과였다.
포모는 계속됐고, 나는 조급해졌다.
연금 타사 이전 간소화 제도 덕분에 전화 한 통으로 기존 연금을 모두 증권사로 옮겼다.
코스피 3,000을 이탈 했을 때, 나는 그것을 '기회'라 믿었다.
책에서 제안하는 포트폴리오를 엮어서 상품 가입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25년 하반기까지 이전한 연금계좌는 단 한번도 플러스로 전환되지 못했다.
손실이 심해지자 나는 추가 불입을 멈췄다.
그리고 결국, 계좌를 닫았다.
연환산 수익율 1.7%라도 수익이 나던 예전 계좌가 자꾸 떠올랐다.
후회가 밀려왔다.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나는 이제야 연금계좌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계속 불입했으면 어땠을까.'
나는 가장 전형적인 개인 투자자였다.
주식이 오르기 시작하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투자를 미뤘다.
그리고 결국 포모에 밀려 막차에 올라탔다.
시장이 하락하면 불안에 못 이겨 계좌를 외면했다.
공부했다고 생각했지만, 파란불을 볼때면 확신은 가장 먼저 무너졌다.
나는 시장을 분석하려 했지만, 정작 다루지 못한 건 나의 감정이었다.
이 실패를 연습삼아 나는 다시 연금 공부를 했다.
이번에는 고민 대신 행동을 택했다.
새로운 연금계좌를 만들고 자동이체를 걸었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수익을 확인하고 리밸런싱을 해보려고 한다.
아직 내겐 시간이 남아있다.
그리고 복리는 기다리는 사람 편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