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생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멈췄다.

by 서온

딸이 생리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지인 모임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에야 집에 들어왔다.

보통 늦는다고 하면 연락을 하지 않는 딸이 전화를 두번이나 했었다.

'엄마, 언제와?'

전화를 받지 않는 내게 카톡으로 문자를 남겨뒀다.

그 짧은 '언제와' 세 글자 속에 담긴 아이의 불안함을 그때는 미처 읽지 못했다.

끝나고 집에 들어오며 미안함을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하려고 했다.

엄마가 나를 부르시더니 작게 귓속말을 하셨다.

"첫째가 '그거' 시작한것 같아."

엄마는 생리를 부끄러울 것도 숨길것도 아니지만 항상 '그거'라는 대명사로 표현하셨다.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딸이 생리를 하면 꽃과 케이크로 성대한 파티를 해주려고 생각했다.

생리가 두려움과 불안의 시작이 아닌, 아이에서 숙녀가 되는 멋진 시작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막상 그 소식을 들으니, 내가 먼저 얼어버렸다.

축하해주고 싶던 마음은 간데없고,

내 품 안의 아기가 너무 빨리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아직은 너무 어린데.'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생리를 시작했다.

"엄마, 나 팬티에 피가 묻어나와요"

성교육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았던 시기다.

막연하게 생리를 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맞이했을 때 나는 겁이 났었다.

엄마는 내 팬티에 이름을 쓰더니 잘 간직하라고 주셨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떨림의 이유를 알것 같았다.

어린 자녀가 너무 빨리 크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가슴 벅참.

동시에 아직은 어린 딸이 매달 겪어야 할 불편함에 대한 안쓰러움.

그때는 몰랐지만, 그 떨림은 기쁨과 걱정이 섞인 것이었을 것이다.


딸 방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줬을 때, 이제 내 키만큼 큰 딸을 크게 안아줬다.

"아이에서 숙녀가 된걸 축하해."

케이크도 꽃다발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가장 진심어린 축하를 해줬다.

그제야 딸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피가 나는 줄도 몰랐어. 생리통이 없어서 다행이야."

나는 생리대 종류부터, 생리대 가는 법, 정리하는 법 등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딸은 담담한듯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실수는 하지 않을지, 혹시라도 생리혈이 새서 당황하지는 않을지.

아직은 어린 내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 신경이 쓰였다.


'아이가 자랄수록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점점 줄어드는 구나.

부모는 자식을 믿고 스스로 부딪히며 깨우치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언제든 돌아볼 때 그 자리에 서 있어 주는 것.'

아마 그게 부모일 것이다.


딸의 생리가 시작된 날.

중학생 시절 내 엄마의 떨림을 이해하게 됐다.

"딱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

티격태격 할때마다 엄마가 내게 하던 말.

그 말이 왜 이렇게 아팠는지, 이제 알것 같았다.


엄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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