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한 걸 후회했다.
"엄마, 저 수원 다녀와도 돼요?"
딸이 전학 간 친구를 만나러 수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느정도 컸고, 혼자 다니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설마 가겠어 하는 맘도 있었다.
"혼자 갈 수 있으면 다녀와도 되지."
"그럼 진짜 다녀올게요."
'어.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엎질러진 물이었다.
딸은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부랴부랴 지하철 노선도의 위치와 시간을 체크했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뉴스에서 보던 사건사고들이 머릿속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집에서 수원까지 지하철을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건 뭔지 두세 번을 반복해서 말했다.
딸도 그제서야 걱정이 되는지 사촌 오빠한테 연락을 했다.
지하철 시간이 다 되어갔다.
이왕이면 급행을 타서 이동시간을 줄여주고 싶었다.
느릿느릿한 딸에게 나는 계속 재촉을 했다.
"오빠랑 이야기 중이잖아."
사촌오빠가 가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딸은 괜히 나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에 불편했던 무언가가 툭하고 터져버렸다.
"왜 엄마한테 화를 내는거야? 엄마는 마음이 편한줄 알아!"
혼자 가야 하는데 지하철 노선은 체크했어? 갈거면 챙겨봐야지!"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내 마음 속 불안함을 괜히 딸에게 화풀이로 풀어냈다.
풀 죽은 딸과 나와서 지하철로 향했다.
"엄마가 쿨한척 해서 그렇지. 넌 예뻐서 걱정된다고."
기분을 풀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말 없이 따라오는 딸을 보니, 울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우리 둘은 부둥켜 안았다.
결국 나는 환승역까지 같이 타고 가서 가는 걸 직접 봤다.
수원행 지하철 문이 닫히고,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타고갔어? 네가 딸이 걱정되는건 아는데 같이 화내면 안되지."
옆에서 보고 계셨던 엄마가 내가 걱정됐던지 잔소리를 하셨다.
그 전화에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대학시절, 배낭 하나 메고 여행을 하고 다녔던 나였다.
성인인 나를 부모님이 걱정할 거라고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엄마는 내가 여행다닌다고 했을 때 마음을 어떻게 감췄대."
"그렇게 커가는 거야. 손녀딸이 고새 많이 컸네."
역에 잘 도착했는지, 친구는 만났는지 작은 것 하나까지 걱정이 됐다.
하루종일 마음을 졸였고, 집에 잘 돌아온 딸을 안아주며 내 마음의 불편함이 가라앉았다.
아이가 클수록 걱정은 줄어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이를 붙잡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