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보기로 하다.
며칠전 회사 후배와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정확히는 사람들의 뒷담화.
대화 주제는 회사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좋은 면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평소 소통이 많은 편이 아니었던 나는 소식이 항상 늦었다.
회사의 수많은 '카더라'에 대해 나는 공식화 되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가며 목이 쉴 정도로 목소리를 키웠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거울속에 비친 나를 봤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이야기 하는 내가 보였다.
순간 잠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릴까.'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잘 아는 걸까.'
예전에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의 험담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야유가 담겨있었다.
그러던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질투, 불편함, 인정하고 싶지 않은 패배감.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기 보다는 다른사람을 깍아 내리면서 나를 인정받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회계 시험이었고, 옆자리 친구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컨닝을 했었다.
모르는척 넘어 갔지만, 좋은 성적을 받고 즐거워 하는 모습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거짓된 댓가에 손해보는 것 같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컨닝을 하는 친구를 봤어요. 손쉽게 성적을 얻는 모습에 화가 너무 나요."
"선생님들이 보는 시험에서도 컨닝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 네가 화나는 이유가 뭘까?"
"저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노력하지도 않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게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서온아. 만약 네가 더 높은 학점을 받았다면 그렇게 화가 났을까? 너를 더 단련시켜봐."
난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땡하고 때린 기분이었다.
정확히는 나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화가났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다른사람을 보기 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많이 했다.
후배와 밥을 먹으며 내가 뒷담화 했던 사람은 나보다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었다.
승진하고 승승장구 하는 모습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뒷담화로 나온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너무나 부끄러웠다.
어느새 나를 단련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사람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다.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단순히 뒷담화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나는 나를 단련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깍아 내리는 쪽을 택하게 된걸까.
나를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무엇보다 나의 못난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쉬운 방법인 바깥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내가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온아. 이제는 다시, 나를 보는 연습을 해보자.'
내가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결국 나를 향하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멈춰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