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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23. 2022

신호등 바닥, 불빛 혁명

신호등 앞에 서면 나는 빨간불이 녹색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있는다. 그 길 위에는 나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순간이다.


학교에 오가는 아이, 시장에 갔다가 한가득 장바구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할머니,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는 엄마, 친구와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누는 소녀,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나란히 서 있는 아저씨. 어김없이 그들은 나처럼 신호등 앞에서 서 있다. 그들도 나처럼 신호등을 바라보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신호등에서 난 이따금 놀라곤 한다.


어릴 적 보행자 황단보도는 언제나 하얀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를 보호하는 구역이 생겨났고, 횡단보도가 하얀색은 물론 노란색에서 주황색 그 어디쯤의 색깔로 채워졌다. 처음에는 새로운 신호등 체계와 변화된 환경에 당황스러웠지만 익숙해지고 적응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운전할 때면 자동차의 속도를 줄인다. 그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널 아이를 그려본다. 해맑게 웃으며 신호등을 걷는 아이, 간혹 손을 들고 귀엽고 깜찍하게 걸어가는 아이, 아침 등굣길에 자기 몸짓만 한 신발주머니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이 등 많이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장면을 그리게 하는 노란색과 주황색 그 어디쯤의 신호등이 마음에 든다.


교통약자를 위한 다양한 신호등이 나오길 바라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했을 소리 나게 하는 버튼은 물론 울퉁불퉁하게 바닥을 돌출하게 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호체계가 마련되가는 것 같아 행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 사고가 꽤 자주 난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아마도 그것은 운전자나 보행자의 부주의 때문일 것이다.


횡단보도에 자전거만 지나가는 구역을 따로 구분해 놓은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추가할 기능이나 아이디어가 신호등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신호등 아래에서 반사되는 번쩍거리는 불빛을 봤다. 건널목 양 끝 붉은색 빛이 비치고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횡단보도 양 끝 바닥의 빛도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누가 생각해냈을까? 간단하지만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만든 신호등의 추가 기능이 '꽤 획기적이다'라고 생각했다. 요즘 신호등 아래에서 핸드폰을 보는 행동에서 착안된 아이디어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요즘 신호등에서 많은 사람이 보이는 행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전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누구의 생각인지 참으로 기특하다. 그래서인지 ‘더 신호등을 잘 지켜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호등에서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기에 이런 변화가 감사하고 고맙다. 다양한 안전장치가 생겨나는 우리나라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변화를 보니, 감사하다. 그와 더불어 최근 보행자 보호 정책은 역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횡단보도에서 일단 정차하는 차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앞으로 신호등이나 횡단보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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