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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01. 2022

함께라 가능한 100일간의 글쓰기 도전

요즘 저녁 식사를 하고, 작은 나의 방에 바람이 살짝 들어오게 창문을 열어둔 채로 글을 쓴다. 한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글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3년간의 온라인 쇼핑몰을 보기 좋게 망하고 폐업하면서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예전에 나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 삶도 비관하게 되었다. 그 사람들처럼 잘되고 싶은 욕심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사회에서 안정적이게 자리를 잡고 싶었다. 여러 달, 여러 해를 여러 감정으로 복잡하게 뒤엉켜 살았다. 감정의 기복이 때때로 찾아왔다.


그런 감정 속에 소셜미디어를 보지 말아야 하는데, 폐업 후 자주 소셜미디어를 탐닉했다.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좌절의 횟수도 늘어나니,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깜박하고 또 접속했다. 그러던 중 나는 내가 모셨던 어느 상사가 잘 나가는 사람들과는 페이스북 소통을 하면서 나는 열외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예전의 삶에서 점점 뒤처져 살고 있다. 잘 풀린 인생이 아니다. 삶의 길을 한 번 잘못 들어가니 다시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직접 겪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소외감이 느껴졌다. 그 감정이 깊게 가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발견하는 그 순간의 기분은 엉망징창이다. 그 사람이 속물처럼 느껴져 실망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그 상사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때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사의 모습에서 속물근성을 봤다. 사실 역겨웠다.


여러 이유로 오랜 시간 주야장천 실패한 일만 겹치니, 자신감과 당당한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고,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두렵고, 불안한 감정들만 켜켜이 채워가고 있었다. 글을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어느 하나도 쉽게 이뤄진 적이 없다. 대부분의 직원이 실무자 면접 후 임원진 면접 보고 들어온 회사에 나는 영어 테스트 후 실무자 면접, 공장장 면접, 임원진 면접을 끝내고, 다시 그 자리에서 다른 부서 임원진 면접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실무자 면접까지 봤다. 서류전형을 제외하고 보통 2번 진행하던 면접 과정에서 나는 도대체 몇 번의 면접을 봤던가. 그렇게 무수한 과정을 거쳐서 되었다. 또 어떤 회사는 채용 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지 않고 채용하는데, 나는 그 회사에 두 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렇게 모든 게 한 번에 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팔자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나 그런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였다.


어린 시절에도 사회적인 차별에 놓이는 상황에서 살수 밖에 없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한 벽을 만든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부분 사람에게 ‘사교적이다’라는 말을 듣지만 어떤 특정적인 일에는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벽을 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사람들하고 관계를 안 맺으니 어떤 부분에서 그랬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내 인생 통틀어 한 줄기 빛은 꿈도 꿀 수 없지 싶어 거의 글도 쓸 수 없었다. 한참 힘들 때 글을 토해내면서 써서 풀었던 적이 있다. 고스란히 나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고, 프린트해서 제본까지 해뒀지만, 그렇게 토해낼 힘도 없었다. 20년 만에 궁둥이를 붙이고, 젊은 사람들과 같이 시험을 치려고 공부했더니, 그럴 여력이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밥벌이할 일이 생겼고, 하루의 밥벌이 후 조금 글 쓸 에너지가 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글쓰기 프로그램을 뒤늦게 알았고, 좋은 기회가 돼 100일 글쓰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100일 동안 쓸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한동안 안 쓰던 나의 나태함, 나의 무력감, 나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강제적으로도 써야 했다. 그러나 혼자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와중에 100일간의 글쓰기를 만났고,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10일 차이다.


그러면서 쓴 글을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연세 있으신 동화작가님을 다시 만나 행복하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남의 글을 보는 것도 힘들어 동화작가님의 글을 챙겨보지 못했고,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마음은 동화작가님의 글을 읽고 싶었지만 내 에너지가 거기에 다가가지 못했다.


요즘 매일 쓰는 글을 브런치에 공유하면서 다시 동화작가 선생님을 만났다. 그저 고맙다. 그런 동화작가님을 온라인으로 알 수 있는 것도 나에게는 행복이다. 나는 거의 많은 사람에게 장점보다 단점을 듣고 자란 사람이라 나에 대해 상당히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그런 내게 항상 응원을 해주신다. 종종 눈물 나게 고맙다.


언젠가 한 번쯤 얼굴을 뵐 수 있기를 바라지만 온라인으로 소통했던 작가님을 오프라인으로 보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차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신 것 같지만 용기 내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100일간의 글쓰기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동화작가님을 다시 만날 수 있고, 내 글에 조금이라도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글을 쓸 힘을 얻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100일간의 글쓰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나 혼자 아닌 함께 쓰는 100일간의 도전이니까. 함께라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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