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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04. 2022

노르웨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인디 영화관을 상업 영화관보다 선호한다. 상업 영화관의 화려함, 웅장함보다 잔잔한 영화,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나에게는 더 맞다. 그렇다고 영화를 평가할 해박한 지식은 없다. 방송을 통해서나 인터넷을 통해서 영화 평론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굳이 그들처럼 영화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의 노고는 인기 영화가 더 많은 품을 팔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절대 그들처럼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만드는 이야기, 인물, 장면을 보면서 존경스럽다. 그저 영화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그것을 즐겁게 즐길 장소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인디 영화관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서지 않는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영화에서 받은 감동이나 느낌을 고스란히 약간의 시간 동안은 유지하고 싶다.


안국역 근처 정독 도서관과 대각선 방향의 지하에 있던 영화관을 종종 혼자 갔었다.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영화관이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가슴이 아팠다. 인디 영화관이 살아남을 수 없는 한국 환경이 서글펐다. 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걷는 삼청동 그 길은 영화의 감동을 더 가져가게 만들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영화관이 없어진 이후 그런 영화관을 더 이상 마주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인이 내가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인디 영화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그때부터 나는 더숲 인디 영화관을 가끔 찾는다. 더숲 인디 영화관은 내가 처음 갔을 때보다 현재는 영화 상영관이 한 개 더 늘어난 상태이다.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 같아서 괜히 내가 기분이 좋다.


모처럼 서울 노원의 더숲을 방문했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노르웨이 영화를 봤다. 노르웨이 영화는 처음이다. 인디 영화관에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만날 기회가 있어 행복하다. 더숲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다면 일부러 노르웨이 영화를 찾아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정작 사랑 이야기보다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이야기 같다. 영화에 나오는 율리에에게서나 악셀 모두에서 나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악셀이 췌장암에 걸려 병원에서 율리에와 대화를 나누는 대화에서 나는 그 이야기에 많은 공감 갔다. 영화에서 마흔네 살로 나오는 악셀과 나는 동갑이다. 거기서 느끼는 비슷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라는 다른지만 동시대에서 살았던 시간이 공존해서일까 비슷한 그의 경험이 나의 과거를 불러오게 했다.


처음 노르웨이 영화를 봤는데 나에게는 썩 괜찮다. 언젠가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정독 도서관 근처 인디 영화관에서 봤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 역시 언젠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영화고, 나중에 몇 번이고 챙겨보고 싶은 영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디 영화관을 찾지 못했는데, 이젠 시간 날 때 가끔 가야겠다. 이십 대에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분위기가 아닐 때도 나는 홀로 영화관에 가고, 밥도 혼자 먹고, 여행도 혼자 가끔 훌쩍훌쩍 떠났을 정도로 혼자 뭐든 잘했다. 어제 노르웨이 영화를 혼자 편히 보면서 그들이 하는 말을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그들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다른 노르웨이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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