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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May 25. 2019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다

대부분 실패로 끝나버렸던 삶, 자존감 바닥이 내게 필요한 순간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맛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 싶다. 어릴 적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나는 학교를 끝마치고 돌아오면 가방을 집어 던져놓고 어른들이 몰고 다니는 아주 커다란 고물 자전거를 끌고 동네를 휘저으며 연습에 연습을 했다. 가르쳐주는 이가 없으니 혼자 방법을 터득하느라 꽤 어려웠고, 자전거 자체 또한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커서 자주 엎어지고 무릎에 피가 나길 반복했다. 결국 해냈을 때 그전의 상처와 고통은 기억 저편에 사라지고 오로지 해낸 기쁨만이 나에게 머물 뿐이었다.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우리의 삶은 수 없는 실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런 수많은 실패 속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계속된 도전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나의 경우를 들자면, 몇 년간 꾸준한 도전 속 결과를 얻지 못해 낮았던 자존감은 더 낮아지고, 부정적 사고까지 생겨났다. 그로 인해 우울함은 더해갔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최대한 피하고, 무엇을 도전하더라도 으레 "나는 결국 또 실패할거야"라고 미리 판단하는 일이 잦아졌다.


수많은 실패. 좋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도 결국 너무 많이 하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삶에 아주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실행으로 옮겨가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12월 온라인 창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매일매일 뭔가 하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 창업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 창업 1개월 만에 매출 성과가 좋다는 글을 볼때며 나는 하염없이 작아진다. 최근에는 가능하면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멀리하며 내 마음을 조율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듯 도전 속 진전은 없고, 성과가 없는 몇달이 이어지다 보니 나 자신 스스로가 실망감에 점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아야 하나라는 마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음의 갈피를 다잡지 못하고 넋놓고 지내는 것보다 뭐라고 움직여 자신감 회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셉트를 뒤엎어버려야 하는데 막상 아이디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락한 상태에서는 어떤 좋은 결과물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자료조사만 하며, 작은 성취들을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럴 힘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작은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것들의 실행이다.






2019년 5월 25일 재봉틀 기본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작업한 흔적입니다.


그렇게 도전한 뜨개질. 호빵 수세미.


중학교 가정 시간에 선생님은 나에게 뜨개질 가르치기를 포기했었다. 왜냐하면 난 오른손잡이가 아니라 왼손잡이어서였다. 오른손잡이와 방향이 달라 선생님은 왼손잡이 기준으로 설명하려니 어려워 하셨다. 결국 포기하셨다. 세월이 흘러 서른 중반쯤 바느질을 배우고 싶어 인사동에 가 바느질 기초 연습을 하는데 홈질, 박음질까지 좋았는데 복잡한 바느질을 하려는데 막혀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선생님 역시 방향이 달라 몇 번을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뜨개질 왼손잡이 영상을 찾아가며 수십 번 반복하여 보며 기본을 익히고, 호빵 수세미 영상(영상 제작자: 오른손 사용자)을 보며 왼손으로 할 때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머리와 손으로 실패를 반복하며 계속 시도했다. 결국 어설프게나마 호빵 수세미를 만들었다. 성공이었다. 지금까지 포기했던 그래서 배우지 못했던 나는 영상으로 드디어 해낸 것이다. 호빵 수세미가 작은 것일지 몰라도 성공했다는 것에 기쁘고,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뜨개질을 배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호빵 수세미를 만들고 행복함은 물론 더 잘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우리는 일상의 작은 성취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오늘은 재봉틀 기본 사용법을 익혔으며, 여권 지갑을 완성했다. 무엇인가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 하루였다. 5월 내내 새롭게 콘셉트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료조사와 아이디어를 짜내고 짜내지만 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졌던 내게 선물 같은 하루였다.


타인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성취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것이고, 그러면 타인이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길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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