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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5. 2021

나를 품어주는 공간

나의 경우는 주변 환경이 크게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주변 환경과 나의 마음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씨실과 날실로 엮어 단단히 서로를 이어 만든 옷감처럼 주변 환경과 내 마음이 연결된다.      

         

주변 환경에 따라 나의 마음도 날씨처럼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가 왔다가, 눈이 왔다가, 안개가 낀다.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도 흔들림 없이 살아가야 가장 좋지만 내게는 벅찬 일이다.  

                       

지금 사는 곳을 이사 오기 전에 주변 환경은 말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 집과 집들만 있었다. 학교도 없었다. 공원도 가까이 있지 않았다. 나중에 옛날 철길이 복원되었지만, 그것은 내가 그곳을 떠나오기 얼마 전부터 복원 돼 조금밖에 누리지 못했다. 하천도 한참이나 걸어야 가야 갈 수 있어, 잘 가지도 않았다. 갑갑한 원룸 살이에 주변 환경도 나를 더 갑갑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터전으로 옮긴 지 육 년이 되어 간다. 나는 이 터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정작 이곳으로 이사와 정상은 두 번밖에 밟지 않았지만, 산이 가까이에 있다. 한때 산을 한참 다녔을 정도 산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15분 거리 안에 산이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는 이 환경이 너무 좋다.      

               

그리고 바로 50m도 안 되는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사 먹으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정겹다. 아이들의 맑고 해맑은 모습을 보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마냥 웃음이 지어진다. 태권도 복장하고 뛰어다니는 아이가 좋고,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등하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고, 교통경찰관이 아이들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도 좋다. 그 모든 풍경이 나의 삶을 살찌운다. 그전에 살던 곳에 전혀 느끼지 못한 일상의 소소함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곳이 사랑스럽다.              

      

거기에 도보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공원도 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비록 나무 이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무럭무럭 자라나 있는 우거진 나무가 있는 공원을 좋아한다. 초록빛 나뭇잎의 싱싱하고 활기찬 기운이 나를 생기 돋게 하고, 살살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나의 살갗에 부딪힐 때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천군만마도 부럽지 않고, 뙤약볕을 피할 수 있게 자신의 그림자를 넓게 만들어주는 그 포용력 또한 좋다.  

              

그렇게 나무가 많은 공원이 내 곁에 가까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이따금 우울하면 우울한 데로 산책하기에 충분하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데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원 안에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어, 땅을 만지며 까르르 웃으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공원이 주는 다채로움이 좋다.             

        

주변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만들며, 타인을 바라볼 시간적 여유를 준다.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복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 혼자 살다, 엄마하고 함께 살면서 마음이 더 안정된 이유도 있겠지만, 나를 품어주는 공원이 있기 때문에라도 더 마음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나의 삶에 더더욱 공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혹시 다른 생활터전으로 옮기는 일이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살아갈 터전에 공원이 있는지, 하천이 있는지, 산이 있는지, 초등학교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지금같이 소소한 주변 환경이 내 삶에 꽤 영향을 주니, 안 살펴볼 수가 없다.            

         

내가 서 있는 지금, 이곳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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