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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29. 2022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엄마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대부분은 엄마와 함께 보냈다. 나이 먹은 엄마를 혼자 두고 어디 다니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그것이 종종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전에 꽤 오랜 시간 혼자 살았다.     


혼자 살면서는 잦은 외로움을 탔고, 그 외로움을 주체 못 했다. 수시로 엄습해오는 외로움에 속수무책이었다. 내 나이 다들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늘 혼자 결정하고, 늘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이따금 그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결혼한 사람들은 혼자인 삶이 부럽다고 하지만 혼자인 삶도 만만치 않다. 내가 혼자 살 때는 정부의 어떤 정책도 혼자 사는 사람을 정책에 반영한 것을 본 적이 없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힘겨운 일이 닥치고, 불행한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혼자 아팠을 때 응급실 갔을 때도 혼자 응급실 간 1인 가구였던 나는 서러움에 북받쳤다. 아픈 사람이 혼자 왔는데 보호자를 계속 부르며 수납하고 오라는 병원에 짜증이 밀려왔고, 서러움이 밀려왔다. 열이 40도에 육박해 걸어 다니기도 힘든데 자꾸 부르는 소리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 그렇게 혼자 사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 때가 많다.      


나 이외의 누가 경제적인 활동을 할 사람이 없기에 경제적 고통이 오면 누군가와 상의할 사람도 없고, 고통을 나누고 일시적으로나마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을 누군가도 없다. 어렵다.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고통이 같이 수반되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런데 혼자 살면 좋지 않냐고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이야기한다. “그래, 혼자 살아봐라.”     


경제적 능력이며,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우리 인생은  한결같을  없다.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코앞에 닥쳐 허둥지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경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일은 절대 간단치 않다.


그렇지만 혼자여서 편할 때도 있다. 오로지 혼자 있고 싶고, 나만의 쉼이 필요할 때는 혼자가 좋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살면서 오로지 집에서 혼자의 시간은 몇 시간 정도 외에 거의 없었다. 오늘은 그저 혼자 있고 싶다. 나의 고생을, 내가 엄마와 함께 살면서 포기한 많은 부분을 적어도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욕심인가.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하는 무뚝뚝한 집안이라 지치고 힘들다.     

 

엄마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인 책임, 가장이라는 무게는 상당히 심해졌고, 나이 많은 여성이 자리 잡고 살아가기도 버거운 세상이 나는 힘들다. 여자 혼자 엄마와 함께 사는데 부양가족으로도 혜택이 없는 듯하다. 도대체 나는 늘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이다. 부단히 열심히 살고,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도 못했다. 그것이 사회적 지위이든 경제적인 부이든 말이다. 답답할 때 사주나 손금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하나같이 하는 말이 노력 대비 결과를 못 봤다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봐 겁난다.      


지금도 분주하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 일을 마치고 오면 글을 쓴다.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완주하면 나는 계약직이니 완료 후에 또 뭘 먹고살아야 할지 준비해야 한다. 인생이 고달프다. 진짜 열심히 살았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으로 살지만 가끔은 버겁다.      


대학 시절 집값이 나간 적은 없었지만, 생활비며 학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고등학교 이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 적이 거의 전무후무하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와 함께 살면서 가장의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다. 그냥 쉬고 싶다. 먹고사는 일이 고통스럽다. 나도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조금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있지만 나의 글은 부족하다. 그러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한 자 한 자 적을 뿐이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와닿지 못하는 듯하다. 글을 쓰고 살고 싶고, 더 잘 쓰고 싶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와닿는지를. 오늘은 신세 한탄하고 싶은 날이다.     


나도 아프다. 나도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도 보살핌을 받고 싶다. 내가 엄마를 위해 여기저기 살피고, 찾아다니는 것도, 오늘은 지친다. 왜 엄마와 함께 사는 결혼 안 한 여성은 부양가족으로 엄마를 등록할 수 없는가. 불공정한 세상이다. 아니면 내가 제도를 모르는 것인가.      


사업자 폐업 신고하고, 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동청에 구직 신청 등록을 한 후 연락을 받았다. 엄마를 부양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가장’이라는 항목에 표기를 했는 데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다. 여성 가장이라고 할 수 없단다. 도대체 기준이 뭔가. 가끔 뉴스에서 혼자인 사람이 엄마나 아빠를 모시며 힘겹게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오버랩된다.     

 

오늘은 기분이 자꾸 어둠의 그림자로 채워진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오늘은 철저히 혼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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