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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01. 2022

두 시간 내내 배꼽 잡다

여러 번의 고민 끝에 강연을 신청했다. 그의 입담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원한다고 그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신청했지만 제한된 자리로 인해 신청했다고 그의 입담을 보기원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첨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정말 가고 싶었다. 당첨 소식을 기다리던 수요일 드디어 문자를 받았다.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당첨이었다. 그의 입담을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그,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입담을 보고 싶었다.


그의 강연을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강연 장소를 가보고 싶은 욕심도 컸다. 개관한 지 얼마 안돼 꼭 가고 싶었다. 개관하고 가려면 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지 않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갈 정도의 체력이 없어 그저 집으로 돌아왔다. 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내가 좋아하는 계동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갈 여유도 만들지 못하고 그저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기 바빴다.     


개관 기념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도 고민만 하다가 신청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보고 싶었다. 그의 입담은 타의 추종을 부른다.     


그와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이었을 것이다. 한여름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하루 쉰 적이 있었는데 저녁에 우리들을 위해 행사 기획한 총학생회에서 그를 초대했다. 누군지도 몰랐던 그, 그는 대구의 한 야구장에서 사회를 본다고 했다. 그가 우리를 위해 해 줬던 이야기며, 동료들과 어울려서 하는 레크리에이션은 지친 우리를 달래기 충분했다. 물집 잡힌 발, 지친 육체에 달콤한 휴식이 찾아들어왔던 그날, 그가 우리에게 웃음까지 던져주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하루였는가. 그렇게 그를 처음 알았다.     


국토대장정이 끝나고 전체적으로 크게 모임있었는 데 그때 그가 그 모임에 왔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나는 가보지 못했다. 그렇게 그를 알고 얼마 안 돼 전국 방송에 나오기 시작한 그를 보며 놀라고 신기했다.


그의 입담은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메시지는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역발상, 역전환이 있다. 사람들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그. 아~차 하는 순간 ‘이런 의미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입담꾼이었다.      


강연하는 거의 두 시간 내내 배꼽 잡으며 웃었다. 배꼽 잡으며 그리 오랜 시간을 웃어본 일이 언제였던가. 웃음을 잃어버렸던 나, 그저 정말 웃고 싶어서 웃었던 것보다 필요성에 의한 가식적인 웃음이었다. 강의 전날 엄마에게 서운한 점을 토로하면서 기분이 우울했었는데 그런 나의 기분을 회복시켜준 강연이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들이 아이들을 짜증 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었다. 귀여워서 “몇 살이니”, “학교 가는 길이니?” “학원 가니” 등 아이들에게 귀엽다고 던진 말이었다.아이들에게 내가 좋다고 상투적인 질문, 그리고 그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 질문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서 학원가는 아이가 안쓰러워 어떤 것도 묻지 않고 “힘들겠다.”라는 말 한마디 던졌더니, 나에게 자신의 사탕을 갑자기 건네준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오히려 “애썼다.” 그 한미디면 충분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의 웃음을 선사해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몇 년을 그렇게 두 시간 내내 웃은 적이 언제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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