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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24. 2022

조립, 분해를 잘하는 걸 보면 전생에 남자?

어릴 적 집에 고장 난 전축을 뜯어 조립했다. 그 당시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전원 버튼이 고장 난 전축을 고쳐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축을 해체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 해체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해체했다.      


한때 조립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조립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았다. 불씨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해체했다. 뒤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해체했다. 메인보드, 사운드 카드 등 뭐가 뭔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음에도 이미 컴퓨터를 해체하고 있었다. 그 밤에 컴퓨터학과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방법을 물어보며 밤을 지새웠다. 결국 컴퓨터를 다시 작동하게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무식하며 용감했다. 선배의 큰 도움으로 컴퓨터가 다시 작동할 수 있었지만, 나의 무모함도 한몫했다고 자부한다.     


나의 첫 차인 중고 프라이드는 카세트테이프밖에 작동되지 않았다. 하지만 CD 음반을 듣기 위해 희한한 짓을 했다. 인터넷으로 CD 음반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찾았다. 방법을 찾은 뒤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데로 고장 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자동차에 설치했다. 당시 회사 사람들이 나를 희한한 사람으로 봤다. 남자들도 잘하지 않는 행동을 한 여성이라 조금 괴짜로 본 듯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조립하고 분해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저녁에 고장 난 가구의 나사를 풀고 해체했다. 조그만 전동 드라이버를 가지고 나름 순서대로 하나씩 해체했다. 엄마는 나를 보며 “대단하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고장 난 가구를 해체하고, 무거운 목재를 나르는 일이 꽤 힘들어 녹초가 되어버렸지만 해체하는 작업 자체는 나의 열정을 솟구치게 만든다.      


사람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여 직업과 연결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더더욱 그런 사람을 더 부러워 한다. 내가 조립과 분해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도 몇 년 전에서야 알았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에서부터 비닐봉지와 동전과 박카스 뚜껑만 있으면 제기를 기막히게 만들었고, 가정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식에서 조금 다르게 주머니를 만들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렇게 퍼즐 맞추듯 꿰맞추니 조립과 분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립과 분해가 체력을 요하는 일인데 체력이 약해 무거운 것을 다루는 것은 할 수가 없다. 한때 한옥 만드는 학교에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약한 체력으로 마음을 접었다.   

  

전생에 혹시 남자이지 않았을까 착각이 들 정도로 가끔은 남자보다도 더 잘 조립과 분해를 다룰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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