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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Oct 29. 2022

나와 결이 비슷하다.

지금까지 끊기지 않고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서야 알게 되었다. 희한하다. 일부러 그런 사람과 친해지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그들 속에는 나와 공통점이 꽤 있다. 성격, 외모, 취향 등 여러모로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다.      


말을 많이 하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옮길 필요가 있지 않은 말은 상당히 말을 조심한다. 남을 비판하거나 험담도 잘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나는 나를 비난하거나 힘들게 하는 사람을 험담하는 데 이 부분은 나와 다른 면이다. 자질 면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부끄럽기도 하다. 더 많은 수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삶을 나의 삶에 투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나의 삶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잘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뤘던 성과물에 대해서도 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정치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조직에서 고난을 겪기도 한다. 그저 자기 일을 성실하고 꾸준히 해나간다. 그렇다고 물러 터진 성격은 아니다. 논리적이고, 소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할 때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말한다. 난 이 점이 내가 친구를 사귀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어릴 적부터 사회적으로 내가 선택하지 않는 상황에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경험들 때문에 나는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힘이 센 사람에게는 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강한 사람을 상당히 싫어하는 데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철학이 투영돼 친구 관계를 맺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결이 비슷해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조직에서 빠른 성공을 못하는 편이다. 임원에게도 필요하다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제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다시 조직에서 필요해 중요한 자리의 일을 한다. 결국은 인내와 끈기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고비를 넘고 넘어 리더의 자리에는 가 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친한 인생 친구들은 나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다. 잘 이겨낸 선배들에게 아낌없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흔들렸고, 방황했고, 좌절했고, 쓰려졌고, 포기했다. 그래서 방황의 세월, 경제적인 궁핍, 일자리의 불안을 십 년 이상 겪고 살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인내했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런 부분은 나와 다르다. 힘든 상황에 포기하고 돌아서 버린 나를 반성하며 그들의 삶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가끔 느낀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옹하면서 살려고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흔을 넘고 보니, 꼭 그렇게까지 하며 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써야 할 하루의 총에너지는 정해져 있는데, 과하게 쓰면 꼭 탈이 났다. 맞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옹하고 가려했더니 에너지가 급격히 하락하고 힘들었다. 정신적, 육체적 피곤함이 밀려왔다. 가을철 소리도 없어 찾아온 모기가 나를 순간적으로 물고 도망갔지만, 모기가 낸 상처가 은근히 가렵고 아프고, 오래가는 것처럼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만날 때가 그렇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결이 다르다. 그렇지만 다양한 그 사람들 속에서도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 이젠 다른 결보다 나와 아비투스가 같은 사람들과 인생을 함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젊은 날의 에너지만큼 나는 역동적이지 않다. 결이 다른 사람을 오랜 인연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몇 년 전부터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와 다른 결을 가진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고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그들을 응원할 뿐이다.




출처: 나무위키

Habitus. 개인의 취향은 배경과 환경, 가치관, 분위기, 종교, 사상, 권력이나 계층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 혹은 그런 것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 이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고, 짧게는 20~30년, 심하면 수세대간 내려온 경험과 문화가 축적된 것이라서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개인의 버릇, 습관 역시 쉽게 고치기 힘든데, 장기간의 경험과 문화가 축적되고 쌓인 것이라면 쉽게 바꾸거나, 쉽게 극복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만든 개념. 원어는 'Habitus'인데, 프랑스어 발음대로 읽으면 'u'가 전설 원순 고모음 /y/으로 발음되어 '아비튀스'에 가깝지만, 외래어 표기가 복잡해져서 라틴어식 표기인 '하비투스'와 짬뽕이 되어 무슨 언어의 어휘인지도 모를 어정쩡한 표기가 되어버렸다.[1] 한국에서는 보통 '아비투스'라고 하며, 영어 발음은 '해비터스'에 가깝다. 습관을 의미하는 habit과 같은 어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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