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으로 작년, 올해 목도리를 떴다. 왼손잡이라 유튜브 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처음에는 힘들게 완성했다. 완성했다는 자신감으로 엄마와 내 목도리를 뜨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출근길, 뜨개질한 옷을 입은 나무를 매일 보며 더더욱 나만의 목도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블랭킷까지 만들고 싶지만, 그 정도 수준은 되지 않아 우선 엄마와 내 목도리만 뜨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털실을 잘못 선택할까 봐 미처 주문할 수가 없었다. 직접 방문해 실을 만져보고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동대문 평화시장에 가보기로 마음속으로 결정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동대문 근처에서 우연히 일이 끝나 빠른 걸음으로 동대문종합상가 지하로 가 털실 가게를 찾았다.
동대문종합상가 지하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초입에 있는 가게에서 사려했지만 조금 더 안쪽의 가게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기는 했다. 급한 발걸음으로 두리번거리는 데 한 분이 목에 고운 색깔의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발걸음 멈추고 착용한 실을 망설임 없이 여쭙고 그분과 같은 색깔의 털실과 회색 털실을 구매했다.
털실을 구매하고 나오는 길, 코바늘과 대바늘 몇 개, 지퍼를 부랴부랴 사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눈꺼풀이 한없이 내려가는데도 불구하고 털실을 구매한 가게에서 알려준 영상을 찾아봤다. 자리가 나 앉아서 볼 생각이었지만 결국 졸아 뜨는 방법을 다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나는 대로 목도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작년, 올해 10월 남을 위한 목도리 떴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착용할 목도리를 뜰 계획이다.
목도리를 뜨려고 생각하니, 오래전 나를 위해 베이지색의 따뜻한 목도리를 손수 떠서 주신 분이 떠오른다. 선물 받은 핸드메이드 목도리를 너무 좋아해 매일 착용했었다. 마음에 든 목도리였기에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잃어버렸다. 오히려 챙기는 물건일수록 쉽게 잃어버리는 경향이 내게 있다. 잃어버렸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로는 뜨개질한 목도리를 착용하고 다닌 적이 없다. 뜨개질을 할 줄 몰랐으니 누군가 선물해주지 않은 이상 착용할 수 없었다. 이번 겨울에는 꼭 직접 뜬 목도리를 착용할 것이다. 직접 뜬 목도리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련다.
직접 뜨개질하면서 뜨개질이 겨울철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뜨는 동안 손가락과 팔이 아프지만,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완성된 것을 착용하면 몸과 마음도 따뜻해지니 이보다 좋은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참에 겨울 모자도 도전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