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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Nov 01. 2022

겨울철, 안성맞춤 취미생활

봉사활동으로 작년, 올해 목도리를 떴다. 왼손잡이라 유튜브 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처음에는 힘들게 완성했다. 완성했다는 자신감으로 엄마와 내 목도리를 뜨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출근길, 뜨개질한 옷을 입은 나무를 매일 보며 더더욱 나만의 목도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블랭킷까지 만들고 싶지만, 그 정도 수준은 되지 않아 우선 엄마와 내 목도리만 뜨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털실을 잘못 선택할까  미처 주문할 수가 없었다. 직접 방문해 실을 만져보고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동대문 평화시장에 가보기로 마음속으로 결정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동대문 근처에서 우연히 일이 끝나 빠른 걸음으로 동대문종합상가 지하로  털실 가게를 찾았다.     


동대문종합상가 지하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초입에 있는 가게에서 사려했지만 조금 더 안쪽의 가게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기는 했다. 급한 발걸음으로 두리번거리는 데 한 분이 목에 고운 색깔의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발걸음 멈추고 착용한 실을 망설임 없이 여쭙고 그분과 같은 색깔의 털실과 회색 털실을 구매했다.      


털실을 구매하고 나오는 길, 코바늘과 대바늘 몇 개, 지퍼를 부랴부랴 사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눈꺼풀이 한없이 내려가는데도 불구하고 털실을 구매한 가게에서 알려준 영상을 찾아봤다. 자리가 나 앉아서 볼 생각이었지만 결국 졸아 뜨는 방법을 다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나는 대로 목도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작년, 올해 10월 남을 위한 목도리 떴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착용할 목도리를 뜰 계획이다.


목도리를 뜨려고 생각하니, 오래전 나를 위해 베이지색의 따뜻한 목도리를 손수 떠서 주신 분이 떠오른다. 선물 받은 핸드메이드 목도리를 너무 좋아해 매일 착용했었다. 마음에 든 목도리였기에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잃어버렸다. 오히려 챙기는 물건일수록 쉽게 잃어버리는 경향이 내게 있다. 잃어버렸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로는 뜨개질한 목도리를 착용하고 다닌 적이 없다. 뜨개질을 할 줄 몰랐으니 누군가 선물해주지 않은 이상 착용할 수 없었다. 이번 겨울에는 꼭 직접 뜬 목도리를 착용할 것이다. 직접 뜬 목도리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련다.

    

직접 뜨개질하면서 뜨개질이 겨울철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뜨는 동안 손가락과 팔이 아프지만,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완성된 것을 착용하면 몸과 마음도 따뜻해지니 이보다 좋은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참에 겨울 모자도 도전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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