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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04. 2019

나는 왼손잡이입니다.

Photo by Robin Spielmann on Unsplash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왜 왼손잡이가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모르겠어요. 또 언제부터 왼손잡이었나고 물어본다면 그것 역시 답을 못하겠어요.


어릴 적 밥상머리 앞에서 왼손으로 숟가락을 사용하려면 밥상머리에 앉지도 못하게 했던 일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그때부터 왼손잡이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성장할 때는 왼손잡이에게 그다지 호의적인 환경은 아니었어요. 왼손으로 젓가락, 숟가락을 하지 못하게 했고, 학교에서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놀림감이 되었던 시기를 보냈지요.


저는 희한하게도 글씨를 왼손으로 안 배우고 오른쪽으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오른손에 힘이 없어 글씨를 한 줄 정도만 똑바로 쓰다가 어느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답니다. 결국 제가 쓴 글씨를 못 알아봅니다. 학교 다닐 때 공책 한 면을 비슷한 간격과 사이즈로 가지런히 글씨를 쓰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왼손잡이로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일지 모르지만 일상에서 왼손잡이라서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금 딱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사람과 식사를 할 때 자리를 미리 염두하는 일이랍니다.



Photo by GEORGE DESIPRIS on Unsplash

식당에 가 자리를 앉을 때 언제나 앉기 전부터 어느 자리에 앉을지를 생각합니다. 자리를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앉다보면 주변에 앉는 사람과 젓가락, 숟가락을 부딪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불편를 주며, 저도 불편해 미리 앉기도 전에 앉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코너 자리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만약 주변에 왼손잡이 친구가 있다면 저처럼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 저만 이렇게 행동하는 줄 알고 있다가 우연히 왼손잡이분이 같은 자리에 배석할 때가 있었는데 저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아마 주변에 이런 분들이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왼손잡이로 불편한 경험을 적어볼까 합니다. 왼손잡이를 조금 이해하지 않을까요?



1.

중학교 가정 시간에도, 성인이 돼 바느질이나 코바늘 뜨개질을 배울 때도,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알려주다보니 가르치는 분들이 포기했어요. 선생님들도 오른손잡이다보니 왼손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힘들고 헷갈리셨나봐요. 쉬운 바느질 같은 경우는 방향이 크게 헷갈리지 않지만 조금 어려운 바느질 경우 방향이 헷갈려 잘 따라가지 못할 때 질문하면 선생님도 방향을 헷갈리다가 포기하시더라고요. 정말 배우고 싶었는데 못 배웠답니다. 최근에 영상 발달로 왼손잡이 영상이 올라와 있어 다행히 수십 번 보고 코바늘 뜨기를 성공했습니다. 왼손잡이 영상이 많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영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코바늘 뜨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2.

가위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크기가 달리 되어 있을 때 가위질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방향을 다르게 틀어서 잡을 수도 없고, 힘들답니다.



3.

옷장에 옷 걸을 때 방향이 달라요. 엄마와 옷장을 같이 쓰고 있는데 이것은 불편함은 아닌 것 같아요. 서로 방향이 다르니 다른 방향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빨래를 말릴 때는 불편합니다. 빨래걸이에 옷걸이에 거는데 이때 서로 방향이 달라 옷이 다 마르고 걷을 때 불편하더라고요.



이렇듯 소소한 일상에서 왼손잡이로 겪는 소소한 불편함이 있답니다.





20대 성분헌혈을 했을 때 왼팔 혈관이 오른손에 비해 굵어 왼팔에 주삿바늘을 여러 번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영광스러운 상처가 왼손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와 살짝 부딪쳐 오른손을 다쳐 일주일 정도 오른손을 쓸 수 없었던 어느 날,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데, 한글쓰기는 왼손잡이에게 불편한 글씨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전까지 왼손잡이인 제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다가 막상 써보니 한글이  아주 힘들더군요. 영어는 위아래의 움직임 많지 않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지만 한글은 위, 아래 움직임은 물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다 보면 어느새 옷이 연필 자국으로 시커멓게 변해버리더라고요. 이렇게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가 겪지 않는 일들을 일상에서 조금씩 겪는답니다.


이런저런 불편한 일을 겪지만 왼손잡이인 제가 좋습니다. 메일을 보낸 후, 보고서를 제출난 뒤, 오타가 발생한 것을 보며 저를 자책했던 여러 날. 왼손잡이 책에서 왼손잡이 특징이 세세한 부분보다 전체를 보기 때문에 오타가 자주 발생한다는 내용을 보고 위로받았던 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인 제가 좋습니다. 모두 완벽할 수 없으니까요.


주변에 만약 왼손잡이 친구가 있다면 왼손잡이로서 '이런 경험이 있을 수도 있구나' 이해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신도 알게 모르게 불편함으로 느꼈던 부분에 적응해 그들 자신도 딱히 어떤 것이 불편한지 모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물건이 오른손잡이 기준이라 일상에서의 약간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답니다. 왼손잡이 전용 가위, 왼손잡이 전용 손잡이, 왼손잡이 전용 노트북 전원 위치 등이 있다면 좋지만 왼손잡이가 많지 않아 상용화는 어렵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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