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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n 13. 2019

기본으로 돌아갈 때


대부분 사람이 밥벌이로 생각하는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12년 이상 일했다. 지금은 직장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직장인으로 시간을 십 년 이상 보냈더니 직장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직장생활이 아닌 삶을 살려고 하니 찾는 것도, 정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여전히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벌이는 쉬어찮다. 그래서일까. 나는 직장을 나와 다른 삶으로 빠르게 정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이제는 조직으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돼 고민 끝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과거에 오프라인에서 식품 영업을 조금 했고, 트레이드 마케팅을 했기에 잘할 수 있으리라 자부했다. 하지만 직접 겪으니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매일 매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 당시 좋은 환경 속에서 나의 역할만 해내면 되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아차렸다. 지금의 일은 A-Z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며, 자원이 부족하다.


새롭게 발을 들어놓은 온라인 비즈니스 세계는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수만 가지, 수천 가지 상품 속에서 나를 알리는 일이 숨은그림찾기보다 몇 곱절은 어렵다. 성과는 없고, 이런저런 고민으로 지쳤을 무렵 모자, 가죽, 목공예를 배웠던 것을 기억해내고, 직접 만든 상품 즉 핸드메이드 상품을 만들어 팔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홈패션 재봉틀 강좌를 신청했다.






몇 년 전 모자를 배웠기에 재봉틀 첫 수업에 자신감이 있었다. 쉽게 따라가는 학생으로서 선생님이 나의 실력을 판단하고 '잘한다고 칭찬해 줄 것이다'라며 우쭈쭈 하며 수업에 갔다. 하지만 무참히 깨졌다.


기본 재봉틀 사용법을 배우지 않은 채 가정용 미싱으로 모자 만드는 것을 배웠더니 기본을 가르쳐주는데 생소했다. 모자 만들 때 가정용 미싱으로 사용했는데 작동법이 간단해 금방 다룰 수 있었다. 사용은 쉽지만 박음질 상태, 속도, 뭐 하나 제대로 아는 지식과 정보가 내겐 없었다. 대충 보이는 버튼을 누르고 그저 기계에 몸을 맡겼다. 곡선을 그릴 때는 노루발을 들었다 올렸다. 다 재봉이 끝난 뒤 재봉 상태를 보면 엉망진창이었다. 기본이 없으니 매번 우왕좌왕하면서 모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홈패션 첫 수업을 들으며, 무슨 일이든 기본을 익히는 일이 먼저여야 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며 옛 기억을 상기시킨다. 대학교 때 교양수업으로 탁구,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는데 한 학기 내내 자세만 하다가 수업이 끝났다. 아쉬움과 실망감으로 가득 찼었다.  왜 그 많은 시간을 자세만 가르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탁구 수업을 하면서 나는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으며 시합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수업을 신청했었다. 테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학기 동안 자세 외에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탁구와 테니스를 배울 기회는 물론 재미로 탁구와 테니스를 해볼 기회도 없었지만 여전히 탁구, 테니스 자세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배우게 되면 금방 자세를 갖추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한 것이구나.







재봉틀 기본을 몇 번 연습하고, 모자를 만들었더니 이상하게 잘 안되던 부분이 매끄럽게 작업이 가능했다. 더 많이 연습해 모자가 아닌 다른 것들도 만들어 나만의 핸드메이드를 선보이고 싶다. 그런 후에 운영하는 샵에도 선보여 반응을 보고 싶다.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기본이 제대로 되어야 더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달은 하루였다.


재봉틀을 사용할 때 기본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늘, 다른 영역에서 기본적인 것은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이 탄탄하면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기본을 익히지 않고 나아가려면 우왕좌왕 혼란이 있을 수 있으며, 가고자 하는 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나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각자의 성향과 성격, 재능, 재주 등에 의해 달라질 것이므로 각자 맞는 방식을 찾아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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