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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Nov 13. 2022

한번 미루니 자꾸 미룬다.

평일이 더 고단한데도 저녁이면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에 한 번 글을 쓴다. 점점 쓸 소재가 바닥나기 시작한다. 일상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발굴했는데, 요즘 몸이 피곤하니 놓치기 다반사다. 지난주에는 주말 내내 설사했고, 이번 주 내내 화장실을 줄기차게 가도 속이 편하지 않았다. 글쓰기를 위해 관찰하려는 나의 몸짓도 덩달아 줄어든다.    

 

몸이 불편하니 일상에서 특별히 보이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평일, 어김없이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 어찌하든지 간에 글을 썼다.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는 행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유혹이 나에게 접근한다. 피곤함의 유혹과 싸워야 한다. 피곤하니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눕고만 싶다. 두 번째 재미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혹과도 싸워야 한다. 이런저런 유혹이 나를 뒤흔들지만, 글을 쓴다.    

  

이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라기보다 백일 동안 꾸준히 글 쓰고자 하는 나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매일 앉아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지속해서 쓰다 보면 어느덧 습관이 될 것이고 실력 역시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천부적인 재능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쓰는 행위가 글을 잘 쓰는 하나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초등학교 때 그 누구보다 죽도록 글쓰기를 싫어했던 한 사람이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놀라운 성장이란 말인가.     


체력이 떨어져 글 소재도 생각나지 않더라도 한결같이 글 쓰는 행위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평일이 아닌 금요일 저녁부터 게으름이 시작된다. 금요일 다음이 토요일이니 금요일, 토요일 글을 한꺼번에 쓰면 된다고 미루고 미루게 된다. 그러면서 일요일까지 미뤄 일요일이 되면 3일 치 글을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면서 몸이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백일 글쓰기를 시작했던 처음의 자세와 태로 돌아가 남은 이십 일을 잘 써서 백일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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