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사람이다. 회사일로 연락할 일이 있어 이메일을 보낸 것이 다이다. 이전에도 한 번쯤 전화 연락을 한 것 같지만 십 분 전 일도 까먹는 요즘 통화한 적이 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요즘 전화를 걸면 컬러링이 잘 흘러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전화를 걸자 컬러링이 흘러나왔다.
익숙한 노래이다. 익숙한 목소리다. 반갑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인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거의 방송 출연도 없고, 간헐적으로 라디오에 출연하는 것이 전부인 가수이다. 대부분 콘서트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수다. 그래서 많은 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가수이다. 코로나 시기에는 더더욱 콘서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녀는 지방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런데 그 가수 노래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반가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통화음이 연결되자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동시에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졌다. 전화 통화로 온라인 회의 접속을 알린 뒤 마지막에 흥분된 목소리로 “박강수를 아세요?”, “컬러링이 박강수 노래이던데요.?”라고 물으니, 박강수의 오래된 팬이라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처음 통화한 분에게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싶어 망설이다 메일을 보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다며 죄송하다는 메일을 띄었다. 답장이 왔다. '월간에세이'라는 잡지에 박강수와의 인연에 대한 글을 쓸 정도로 박강수 팬이라고 자청했다. 기분이 좋았다. 잘 모르는 사회집단에서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같이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다니. 취향. 그것의 특별한 힘에 놀라울 따름이다. 낯선 이와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물꼬를 터주니 말이다. 보낸 준 글을 여러 번 읽었는데, 글 솜씨가 너무 좋다. 나의 글도 점점 좋아지길 바라며, 꾸준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