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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Nov 27. 2022

이러면 안 되는데,

솔직히 평생 살이 안 찔 것이라고 장담하며 살았다. 마흔이 되면서 살이 붙기 시작했다. 더욱이 엄마와 함께 살면서 삼시세끼 챙겨 먹으니 살이 하루하루 다르게 붙었다. 결국 9kg까지 쪘다. 슬금슬금 찌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9kg까지 체중이 불어났다.


옷이 맞는 것이 없어 고무줄로 싸구려 옷을 구매해 입었다. 자영업으로 집에서 거의 온라인과 씨름하며 일했고, 옷에 굳이 신경 쓸 정도의 아르바이트가 아니어서 옷을 별다르게 살 필요가 없었다. 고무줄 바지면 충분했다. 고무줄로 잘 버텨왔는데 일하면서 기존에 입었던 정장 바지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월급도 몇 푼 안 돼 최대한 절약하며 저축해야 하는데 맞는 정장 바지가 없으니 옷을 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정장 바지보다 면바지를 입으려고 한다. 내 형편에 맞게 말이다.      


이제 됐다고 했는데 겨울이 찾아왔다. 할인으로 삼만 원에 산 패딩을 잘 입고 다녔는데 출근에 입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코트가 필요했다. 코트가 비싸 후리스를 살펴보다가 싼 가격에 온라인으로 샀다. 막상 입어보니 불편하다. 쇼핑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사람 많은 곳에 한 시간 정도 대충 둘러보다가 지쳐서 돌아오곤 해서 인터넷으로 봤는데 결국 출퇴근용으로 입지는 못하겠다. 싼 게 비지떡이구나.      


결국 코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결재했다. 저축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일 다니면서 면역력 떨어졌다고 보양식을 주문하고, 살이 쪄서 예전 옷은 맞지 않아 옷을 몇 벌 사니 결국 저축 금액이 줄어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또 질렀다. 살이 잘 안 빠진다. 말랐다가 살이 찌니 사람들이 살이 찌면 불편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말랐을 때도 골반이 커서 옷을 살 때 힘들었는데 이젠 골반도 골반이거니와 살도 쪄서 쉽지 않다. 예전 상의 옷을 입으면 팔이 쨍겨서 상당히 불편하다. 옷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집에만 있으면 운동복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신경 안 쓰는데 일터를 나가니 물욕이 생긴다. 저축해야 하는데 내년도에 또 일자리로 인해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다. 모르겠다. 그때 생각하자. 오늘은 오늘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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