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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Dec 12. 2019

저에게 사표를 냅니다.

EBS 다큐프라임 촬영 - 프로젝트 참여때 썼던 글

EBS 다큐프라임 촬영 중 일부 프로젝트에 한 달간 참여하고 마지막 날 발표했던 글입니다. 지금 지난 글을 보니, 글은 과감하게 쓰고 한참을 그렇게 살지 못했네요. 언제나 현실과 이상 그 중간쯤 우유부단하게 살고 있던 '저'입니다. 현실에 있으며 현실을 만족하지 못하며, 이상을 좇고, 이상을 좇고 있으면 현실을 찾아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며 살던 '저'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현실도 제 자리가 아닐 때가 오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현실을 살고 있지만 이 현실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드디어 조금 알게 되어 그 길을 향하여 움직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이 발목을 잡아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길을 향하여 더디지만 앞으로 가고 있답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실천입니다.


2015년 참여 당시, 어머니의 망막 수술로 두 달간 같이 지낼 때 프로젝트에 참여해 정말 하루 하루 너무 바삐 움직였습니다. 회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요리 해 식사를 하고, 어머니 머리를 씻겨드린 후에야 자리에 앉아 글을 썼네요. 그렇게 바쁜 하루 중에서도 프로젝트로 인해 글을 썼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여유로운데도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의 프로젝트 하면서 많이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많은 대화 속에서 남들이 보지 않는 저의 내면을 봐준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방송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그 프로젝트를 통해 저는 저에 대해 정의내리지 못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저의 모습을 제대로 짚어 준 것 같아 저 스스로도 저 자신에게 헷갈렸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던 일은 지금도 제겐 소중한 기억입니다.


당시 마지막 시간에 사람들 앞에서 발표했던 아찔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언제나 두근거리죠. 발표를 끝내고 자리 돌아와 앉았는데, 글쎄! 신발 좌우를 바꿔 신고 무대에서 발표했더군요. 나중에 사진에도 고스란히 보이더군요. 혼자 민망해 했습니다. 그와 같은 순간이 또 다시 인생에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찾아온다면 용기 내 도전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 마지막에 발표했던 글입니다.

- 2015년 7월 12일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저에게 사표를 내려고 합니다. 1인칭으로 이야기하듯 사표를 읽으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몇 년째 방황하고 헤매고 있지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여전히 가슴 뛰는 것이 없는 것 같아 힘들어하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난 누구?  아무개. 아무개이니까.


잘살고 있어. 지금은 가슴 뛰는 것이 흐릿하고,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지만 언젠가 분명히 넌 너 자신의 삶을 즐기고 살아갈 테니. 이번 행복한 밥벌이 프로젝트를 통해 난, 조금의 희망을 보았어,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대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이제 알았어. 행복한 밥벌이 작가님 덕분에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란 사람을 꼭 집어준 게, 신기하고 고마워.  덕분에 더 악착같이 이루고 싶어. 그게 뭐냐고?


조건 없이 사랑을 받아보는 거야



지금까지

그것을 몰랐기에, 더 방황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더욱더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고 나를 몰아간 것 같아. 그렇게 몰아쳐 가면서 나만의 길을 못 찾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힘들어했던 것 같아. 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늘 어깨는 무거웠어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 그 기저에 있는 것을 알아내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먼저 그 기저의 것을 치유할 거야 그리고 행복해질 거야. 난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그러면 곧 내가 원하는 행복한 밥벌이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어. 그렇게 나는 악착같이 행복해질 것이고, 함께 행복한 밥벌이도 찾아낼 거야.


지금껏, 활동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머릿속에 복잡하게 맴돌던 것 중 하나가 정리도 되었어. 나는 나의 생각과 사고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좋아한다는 것을. 난 그래서 그것을 찾아낼 거야



그래서. 난 2015년 7월 12일 오늘부로 기존의 나와 이별을 하고, 기존의 나에게 사표를 던질 거야. 그렇게 새롭게 태어나, 나는 조직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가는 멋진 한 사람이 될 거야.



멋진 한 사람에게 응원의 박수 보내주실 거죠? 이런 사표 보셨어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저에게 사표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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