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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Mar 21. 2020

그렇게 봄은 오겠지요.

2019년말 겨울 그리고 2020년초 겨울. 겨울비가 그 어느 해보다 자주 내리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어릴 적 내게 겨울이란 아침이면 마당에 온통 쌓인 눈을 졸린 눈 비벼가며 억지로 빗자루를 들고 꾸역꾸역 마당을 쓸어야 했던 계절이다.

  

겨울철 내내 눈이 내리면 마당에 눈을 쓰는 일뿐만 아니라 할 일이 참 많았다. 농사에 쓰이던 비료부대에 지푸라기를 구겨 넣고, 언덕배기에서 눈썰매를 타기는 그 좋은 장난감이 없어도 내 생애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눈이 오면 하는 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눈이 오면 옷이 흠뻑 젖은 것도 모른 체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것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렇게 많이 내리던 눈을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그 흔하고 흔했던 고드름도 볼 수 없다. 고드름으로 칼싸움을 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예전보다 겨울이 춥지 않아서일까. 눈이 없는 겨울이 되어버렸다. 이젠 우리나라에서의 혹독한 겨울은 옛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어릴 적 추울 때는 그토록 겨울이 싫었다. 지금처럼 옷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내복은 두껍고, 겉옷은 성치 않아 온몸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와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거의 매일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학수고대했었다.      



지금의 겨울 속에서 오래전 그날의 겨울이 그리워진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활짝 핀 꽃들 속에서 아름다운 봄을 맞이했던 그 날이 그립다.       

    




그런데 어찌 보면 지금의 겨울이 더 잔인하고 혹독하다. 


문득 우리의 자연이 예전과 같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이다지도 힘들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후회한들 예전의 자연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지금 겪고 있는 이 자연과 이 현상에서 우리는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극복해 건강한 봄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옛날의 겨울이나, 지금의 겨울이나 변하지 않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가 겪고 있고, 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얼른 지나가고 봄이 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혹독한 겨울에도 조금씩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순처럼 그렇게 봄을 맞이하여 이젠 부디 새 희망, 새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실 점점 자신감도 잃고, 지쳐가고 있다. 어느덧 시간은 1년 4개월 지나가고 있지만 결과가 없다. 매일 마음이 흔들려도 갈 곳도 없는 나이라 잘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불쑥불쑥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생계 걱정에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오겠지. 그 봄을 멋지게 맞이하기 위해 마음 근육을 더 단단히 늘려야겠다. 향긋한 봄의 향기를 오로지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우리다. 강한 국민이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낼 거라고 나를, 우리를 강하게 믿자.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긍정적인 생각이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도록 하기 위해 최근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쓰게 된다. 그렇게 내 안에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으로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자. 그러면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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