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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06. 2020

진한 여운이 남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인간극장’이 나에게 주는 의미

어느덧 1년하고도 9개월. 나는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밥벌이를 못 하고 있다. 1년 9개월이나 되었는데 뭐 했냐고 묻는다면 ‘열심히 성실히 살아보겠다고 노력했다고’라고 말하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온라인 커머스 성공을 위해 100% 몰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00% 몰입해도 쉽지 않은 현실임을 알지만 내가 처한 현실에서 100% 몰입을 한다는 것은 아주 쉽지 않은 일이다. 시골에서 엄마를 모셔와 함께 살면서 책임감이라는 무게 커졌다. 그래서 오로지 밥벌이도 못하는 온라인 커머스만 마냥 잡고 있을 수 없다. 여전히 밥벌이를 못 하는 온라인 커머스로 인해 굶을 수 없어 또 다른 일을 찾아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나는 자본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있지만 이생을 기꺼이 살아가기 위해 일어나 걷는다.          



‘왕년에 내가 어땠었는데', '나와 같이 근무했던 어떤 동료는 지금은 어느 위치에 있는데 나는 왜 요 모양 요 꼴이지'라는 생각이 머무르면 평소에도 낮은 자존감을 가진 내가 점점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럴 때 몸을 많이 움직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나무를 보면서, 새를 보면서 몸을 움직이고, 숨을 내쉰다.          


 

예전보다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많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화됐지만, 여전히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의 속도가 밀물처럼 밀려 들어온다. 한없이 넋 놓을 수 없어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어떡해서라도 잘 보낼지 생각하며 삶을 살아내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 미래가 두렵고 걱정되지만, 나는 지금 그 소소한 밥벌이로 미처 과거에 바라보지 못했던 주변풍경을 담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예전보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며 현재의 삶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 상황이 계속 이렇게 되면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거칠게 파도친다. ‘나에게 좋은 세상이 과연 올까’라는 어둠고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와 나를 갈기갈기 헤집는다. 이런 생각이 무섭게 파고들면 나 스스로를 쉽게 상처 내고 곪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 명상을 하거나 비록 종교는 없지만, 염불을 왼다. 그것이 내가 할 수 마음 다스리는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인간극장'을 챙겨보는 일이다. 나와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유명하지 않지만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힘을 얻어 살아볼 용기를 내본다. 그것은 연예인의 삶도, 정치인의 삶도 아닌, 그저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요. 우리들의 삶이다. 난 그를 통해 숨을 쉰다. 절망을 넘어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나의 유일한 낙은 ‘인간극장’을 챙겨보는 일이다. 사람마다 굴곡 없는 인생이 없고, 말 못 할 수만 가지 사연이 있다.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사연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인간극장을 통해 보고, 듣는다. 아주 좋은 간접경험이다. 이 얼마나 값진 삶의 이야기인가.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아니어도, 우리 이웃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도 진한 감동과 깊은 울림이 있다. 그렇게 인간극장을 보며 그들의 삶도, 나의 삶도 모두 이 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극장을 통해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불안과 초조를 조금씩 조금씩 잊는 시간을 갖는다.        



오래전 서울에서 화가로 활동하다가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와 택배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아들과 노모의 이야기는 내가 다시 삶을 잘 살아낼 의지를 만들줬다. 아들이 준 물감으로 여든이 넘어 그림을 시작했다는 할머니의 도전, 구순이 넘었음에도 왕성한 활동과 전시회를 했던 할머니. 그렇게 인간극장은 내 생각이 덧없이 얇아지고, 나약해질 때 다시 용기 내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다.


업데이트(2021년 5월 6일)

이 글을 쓰고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좋아요" 해주신 분 덕분에 제가 쓴 이 글을 오늘 다시 읽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오늘 이 글을 읽고 몇 시간 뒤 다음 포털에 택배일을 하는 화가 아들과 노모의 전시회 '우리 생애의 첫봄 展'을 한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네요. 신기합니다. 가끔 이런 신기한 일을 겪을때면 참 신기해요. 전시회 기간에 한번 꼭 들러 두 분의 그림을 감상해야겠어요. 인간극장에 나올때 아들분이 머리가 짧았는데 그 사이 길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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