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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12. 2020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고 연결되고 있구나

인도, 코로나 19 상황이 좋지 않지만 잘 있다니

여성이 없는 분야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계획에도 없었던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혹시 제 사장 낙하산 아니야’라는 눈총과 오해를 받아야 했던 일을 했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그간 내 앞을 스쳐 지나갔던 여성 선배 두 명이 결국 이기지 못하고 타 부서로 이동하거나 공부한다고 퇴사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과연 나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을 것이다. 난 관심대상이었다. 그래서 이겨내 보자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지만, 현실을 접하고서 앞선 선배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업무에서 꽤 자주 외로움을 겪었다. 선배를 부여잡고 이야기를 나눠도 공허함은 달랠 길이 없었다. 그런데도 답답하고 허기진 마음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피 끓는 청춘은 선배에게 수없이 질문을 해대며, 칭얼칭얼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투덜대는 나를 받아준 선배의 성격과 관대함이 이룰 말할 수 없이 고맙다. 아직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한참 어린 후배는 그렇게 칭얼대고, 선배를 골탕 먹인다고 전화를 걸어 선배가 받으려고 하며 끊는 일을 반복했던 적도 있다. 낯부끄러운 짓을 했었다. 그런 선배는 지금도 간혹 ‘네가 걱정된다’며 연락을 먼저 한다. 선배 덕분에 당시 어려운 현실과 세간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난 동년배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면 좀 나아질까 싶어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다지 대화를 같이할 대상이 아니었다. 나 아니어도 비슷한 또래 동료들과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충분히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술로 마시며 토로하고, 풀었을 테니 말이다.  



        




어느 날 발령이 났고, 나와 티격태격하는 선배와 다른 지역에서 일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외로움과 업무의 외로움이 더해져 나를 무척 외롭게 만들었던 그곳에서 나는 녀석을 만났다.



같은 층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후배 녀석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한두 번 말을 걸던 후배와 점점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업무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눌 상대가 생기면서 힘겹고 지친 사회생활에 위안이 되었다. 무심히 말을 건네는 후배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지만, 일 년 정도 되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 영국으로 석사과정을 하겠다고 퇴사를 했다.



영국으로 공부하겠다고 갔을 때 한동안 끊어졌던 연락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것은 SNS 덕분이다.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간헐적으로 연락하며 지내다가 후배 녀석은 인도로 떠나 살면서 또 한번 연락이 끊어졌었다. 인도로 터전을 옮긴 후에도 연락이 되었지만 내가 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그렇게 또 다시 연락이 끊어진 것이다.



또 다시 끊어졌던 인연을 다시 이어준 것 역시 SNS 덕분이었다.



살다 보면 그렇게 우리는 이런저런 일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번호를 바꾼 나 때문에 연락이 안 된 것이라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처를 남겨뒀다. 하지만 후배 녀석은 워낙 페이스북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 언제 메시지를 확인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연락이 없었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걱정되었다. 인도 상황이 좋지 않아서.....



며칠 전 알람소리에 핸드폰을 봤는데 페이스북 메신저로 녀석이 연락을 해왔다. 무사히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반가움, 그렇게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연결되었다.



예전과 같으면 한번 연락이 끊기면 다시 연락처를 알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연락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페이스북 덕분에 연락돼 현재 인도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었다. 인도의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 후배 녀석과 가족 모두 걱정이 되지만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지내 해외지사 근무를 잘 마치고 한국에 잘 들어오리라 믿는다.



한국에 돌아오면 맛있는 식사 한 끼 해야겠다. 그때는 비싼 밥 한 끼 사줄 정도로 작금의 상황도 좋아지길 바란다.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더 이상하지 않아도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글쓰기만으로도 삶을 충분히 살아내서 녀석에게 근사한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다.







인도 상황이 좋지 않아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걱정됐는데 페이스북 덕분에 안부를 알았고, 덕분에 몇 번 연락이 끊어진 상태 속에서 다시 연결돼 지금까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지인으로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페이스북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알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까.



SNS가 이따금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끊어진 인연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니, 완전히 끊지 못하겠다. 만약에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나는 그 녀석과 그 녀석의 가족 안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고 연결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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