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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20. 2020

나만의 안방극장

딱 일주일

EBS국제다큐제가 방송으로 송출돼 집에서 즐기고 있다.



EBS국제다큐영화제를 알게 된 후 축제 기간동안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관람했다. 다큐멘터리 관람 후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일은 나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다. 나와 다른 지역,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며,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십 년 전에 나는 상업 영화관밖에 몰랐다. 상업 영화관만 다녔다. 일부러 영화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 일 년에 열 번도 채 영화관을 가지 않는다. 그렇게 자주 찾지도 않는 상업 영화관을 이상하게도 불편했었던 것 같다. 어떤 것에게서 오는 불편함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꽤 오래전 우연한 기회에 독립영화관과 인디영화관을 알게 되었고, 그런 다음부터는 상업 영화관보다 독립영화관이나 인디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중 삼청동에 있는 영화관을 사랑했다.      



홀로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 내려 삼청동 길을 따라 영화관에 도착해 티켓 부스에서 티켓을 끊고,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삶의 낙(樂)이었다.



영화를 본 후 맞은편에 있는 정독도서관으로 올라가 등나무 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면 그보다 좋을 수 없었다. 때론 계동으로 넘어가 혼자 만두를 즐기고, 계동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느릿느릿 길거리 여행을 했다. 영화관을 다녀오는 하루는 그 하루 모두가 충만함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어느 날, 삼청동 영화관이 사라졌다. 슬펐고, 아쉬웠다. 나만의 보물이 사라졌다. 나만 아는 안식처가 사라졌다. ‘왜 상업 영화관은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다양성을 가진 영화관은 이렇게도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라는 물음이 생겼지만 내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자본주의 적나라한 현실이었다.       


   

삼청동 영화관의 경영자는 어떻게든 영화관을 유지하기 위해, 분명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각고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처절하게 냉혹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던 영화관이 사라졌다. 외로운 서울 생활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영화관이 사라지니, 갈 곳을 잃어버려 한동한 멍해 있었다.         


  

어떤 영화는 전혀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 실험적인 영화였으며, 어떤 영화는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킁킁 짜면서 감동의 잔치 속에 있었다. 또 어떤 영화는 부족한 중생인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상업 영화관보다 독립영화관이나 인디영화관이 좋았다.        


   






상업 영화관이 아닌 영화관을 알면서부터 환경영화제나 EBS국제다큐라는 좋은 영화제가 있다는 것 또한 알았다. 환경영화제는 일정이 잘 맞지 않아 몇 번 가지 못했지만, EBS국제다큐는 상영하는 현장에 가보려고 노력했다. 해마다 다른 장소에서 상영했다. 다른 장소에서 할 때마다 새로운 영화관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처음 국제다큐를 접할 때보다 해마다 규모가 축소되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명맥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데, 점점 규모가 작아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많은 사람이 알아, 지구촌의 다양함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EBS국제다큐가 좋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감독들의 시선이 담긴 다큐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나의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행복감과 충만감을 주는 일 중 하나이다. 그것은 충분 아닌 그 이상을 충족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꼭 EBS국제다큐가 승승장구했으면 한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규모가 더 축소된듯해 마음이 아프지만, 앞으로 더 번창하길 바란다. 내년에는 코로나19도 말끔히 사라지고, 우리의 일상도 제자리로 돌아와 EBS국제다큐를 현장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즐기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올해는 8월 17일부터 EBS국제다큐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아쉬움이 있지만, 행사가 취소되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안방에서도 편하게 다른 나라 작가들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행복한 일이다. 8월 23일까지 알차게 EBS를 통해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을 시청할 생각이다.



미처 시청하지 못했던 다큐멘터리는 나중에 유료결재를 통해서라도 볼 것이다. 새로운 시각, 지식을 담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나의 마음 근육을 든든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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