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항아리 Jan 16. 2021

청춘의 십 년, 그들과 함께

추억소환, 백투더뮤직

토요일 아침, 잠시 텔레비전을 켜니, '백투더뮤직'이라는 프로그램에 유리상자가 출연했다.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며 감성을 자극한다.      


지금도 사느라 바쁘지만 20대 시절도 역시 나는 바빴다. 대학교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 해결해야겠기에 친구들과 어울린 기억이 손꼽을만하다. 분주한 일상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친구들과 친해질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연애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보통 대학생들의 즐거움이란 내겐 없었다.


         

강의 듣고, 아르바이트하고, 장학금 타기 위해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했던 일. 그것이 나의 분주한 일상의 것들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생활비나 학비를 걱정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가끔 부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부러워할 틈도 여유도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동 중에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중에 미니 카세트 오디오나 CD 플레어로 음반을 듣는 일이 나의 여유 없는 생활에 그나마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유 없고 바빴던 나의 20대 시절,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산을 다니며 산을 사랑했던 일, 유리상자, 조성모, 여행스케치 등 가수들의 콘서트를 즐겼던 일, 짬짬이 여행을 다녔던 일이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30대, 40대보다 등산을 자주 갔던 일, 무전여행을 떠났던 일, 국토대장정에 도전했던 일은 정말 정말 잘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주변에서 왜 콘서트를 가냐고 종종 물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술 먹을 돈을 모아 콘서트 다녀”


하고 농담처럼 말하고 다녔다. 정말 콘서트를 가기 위해 돈을 모았었다. 그렇게 콘서트를 다니던 나는,연말이면 어김없이 콘서트를 빼먹지 않고 갔던 가수가 있었는데 그 가수가 유리상자였다. 무려 십 년이 넘은 세월 동안 그렇게 나는 유리상자의 콘서트를 다녔다.      



유리상자는 분명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잔잔한 노래와 통기타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통기타로 연주된 곡이 많다.  


   

유리상자의 1집부터 음악을 즐겨들으며, 주변에 홍보도 하고 알렸다. 그러나 쉽게 콘서트를 동행할 친구를 찾지 못해 혼자 콘서트를 갔던 일도 종종 있었다.      



유리상자 콘서트 현장에는 유독 커플이 많았다. 그사이에 껴 혼자 노래를 따라 부르며, 동작이 있는 노래에도 참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며 콘서트에 참여했다. 커플을 사이에 두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콘서트 시작쯤에는 부끄럽지만, 어느덧 콘서트에 몰입하면 양쪽에 앉는 커플을 잊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혼술, 혼밥이 유행하기 전부터 혼자 밥 먹기, 혼자 여행하기, 혼자 콘서트 가기를 즐겼다. 뭐 대놓고 이야기하면 연애를 못 해서 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짝사랑만 줄기차게 했구나. 결국, 고백하고 친구가 돼버린곤 했지만.

    

어쨌거나 나의 20대 시절을 함께한 유리상자가 나온 방송을 보니, 그동안 모아놓았던 유리상자 카세트, CD 음반을 꺼내 들어야겠다.       


   

2001년에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 615km의 국토 대장정을 하면서 나는 유리상자 운동회에 참여해서 받았던 티셔츠를 챙겼다. 수시로 유리상자 옷을 입었다. 결국에는 다 늘어진 유리상자 티셔츠를 울며 겨자 먹기로 초등학교 강당에서 하룻밤 자는 날, 강당 바닥을 닦는 용도로 써 버릴 수밖에 없었다. 버리기 전까지도 아쉬움으로 티셔츠를 만지작거렸다. 지금 그 티셔츠가 없어진 아쉬움이 있지만, 티셔츠가 버려졌다 해도, 미니홈피에 유리상자 콘서트에 가서 찍은 사진이 없어졌다 해도 나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리상자는 나의 청춘 시절을 함께 했다. 술 먹지 않고 그 돈으로 콘서트를 가겠다는 나의 다짐으로 꽤 오랫동안 콘서트를 갈 수 있었던 일을 스스로 상 주고 싶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무게감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즐거움을 준 유리상자는 나의 인생과 함께했었다.     


나의 청춘 시절을 함께해준 유리상자가 출연한 방송을 보니 반갑다. 청춘의 십 년, 그들과 함께했다.     


나만의 시간을 함께해줄 그 무엇인가 당신에게 있는가? 소소해도 좋다. 나의 인생에 웃음 짓는 일을 만들어줄 무언가가 옆에 있다면 우울한 날이 비스듬히 비집고 들어와 감당할 수 없을 때 살짝 끄집어내 괴로운 시간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함께 해줄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도 좋은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처럼 기계도 따뜻한 온도가 필요한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