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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06. 2021

어쩌면 우리 모두가

나는 사회 부적응자다. 그래서 혼자 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런 일은 세상에 없는 듯하다. 그나마 혼자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은 직업이라면 프리랜서일 텐데, 그것 또한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어쨌거나 혼자 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지만, 그마저도 찾기가 어렵다. 디자이너나 소프웨어 개발자들의 재능이 부러울 따름이다.  


   

지금까지 사회생활에서 거의 대부분 남성과 일해왔다. 그래서 나는 고독했고, 외로웠다.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할 동성이 없었고, 내가 아무리 내 입장에서 말한다고 한들 남성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 아니어도 그들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충분히 있었으니, 굳이 내가 아니어도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의 노력은 헛수고였고, 나중에는 포기했다. 나는 더 이상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여행할 때는 사뭇 다르다. 낯선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도 잘 걸고, 곰살맞게 잘 한다. 내가 어느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나의 성격은 다르게 평가받곤 한다. 다른 평가를 많이 받다 보니, 나는 타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내가 무수한 상처를 받아왔기에 타인 또한 그러할 것이라 여겨 잘 말하지 않으며,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게 함부로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도 느꼈는데, 며칠 전에도 다시 동일한 사람에게서 느꼈다. 주저리주저리 말하지 않았으나, 그 당시 남들이 하는 말과 그들만의 시선으로 봤던 나는, 무리 속에 잘 어울리지 못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사회 부적응자인 것은 맞지만 내 진심은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들의 판단에 서운했다. 그러나 크게 항변하지 않았다.      



당시 난 여자 혼자였고, 외로웠다. 팀원들의 생일이 되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생일상을 챙겨주었는데, 내가 케이크도 사고, 돈도 걷고 했다. 그런데 정작 내 생일날, 난 그 간단한 챙김조차 받지 못했다. 남성 위주의 업무에서 혼자 외로웠고, 집으로 돌아와도 텔레비전 하나 없는 원룸에서 스트레스도 풀지 못한 채,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 결국 나중에 스트레스로 응급실까지 가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그들은 내 속이 시커멓게 타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당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부분을 인정하지만 그들 또한 나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 내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들 무리 속 고독했던 한 사람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내 스스로도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었지만 그들 또한 거기에서 자유로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전에, 그들은 남자들 무리 속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지 물어보았던 적이 있는가. 나를 사회 부적응자로 판단했던 사람은 내가 아직도 그 부서에 같이 일했던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모른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남들에 대해 평가를 함부로 안 했으면 좋겠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자기가 해석하는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삼가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떤 부분에서는 사회 부적응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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