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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15. 2021

80만원 생애 첫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중고 자동차를 구매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가진 돈이 없었지만 나는 차가 필요했다. 무리하게 신차를 살 형편은 안되고, 신차를 살 만큼 내 운전 실력을 자신하지 못했다. 중고가 됐든, 신차가 됐든 차를 뽑으면 처음 한동안 혼자 어딘가에 들여 박지 않을까 우려가 됐다. 몇 가지 이유로 결국 중고 자동차를 사기로 했다. 2004년도 작은오빠를 통해, 11년 된 프라이드를 취득세까지 포함해 80만 원 주고 샀다. 지금이면 상상도 못 할 가격일 것이다. 작은오빠 덕으로 면허 취득하고 바로 꽤 괜찮은 차를 생애 첫 자동차로 맞이할 수 있었다. 내가 알아봤다면 그 정도의 가격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 생애 최초의 차인 중고 프라이드를 끌고 출퇴근한 지 얼마 안 돼, 내 차에 같이 근무하던 상사 두 분을 모시고, 충북도청으로 들어갈 때가 있었다. 나는 바짝 긴장했었다. 운전면허 취득하기 위해 했던 주행 연습과 사뭇 달랐다. 주행 연습 때는 옆에서 지도해 주던 선생님이 있어 편안하게 운전했는데, 막상 혼자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판단하고 운전하려니, 살 떨리게 무서웠다.      


핸들을 얼마나 돌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변경할 차로로 진입하는 순간도 놓치기 일쑤였다. 핸들을 잡은 손은 덜덜 떨리고, 충북 도청으로 들어가는 길이 국토 종단했던 615km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초보운전자에게 자기 몸을 맡기고, 함께 차를 타고 갔던 그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왜 그때 그분들은 내 차에 타려고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극도로 긴장감을 준 순간이었기에 그저 미안할 뿐이다. 핸들을 너무 크게 돌려 차로를 벗어나 순간, 지나가는 차들이 나를 향해 “빵! 빵!” 경적을 울려, 또 한 번 놀라 도청까지 제대로 운전할 수 있을지 겁부터 났었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앞으로도 운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함께 ‘운전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왔었다.     

 

이제는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운전한다. 그 이후로 장거리 운전은 물론 영업직을 하면서 운전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운전도 점차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컴퓨터 부속품인 CD 드라이브를 떼어내 차에 부착해 다닌 적이 있을 정도로, 중고 프라이드를 꽤 잘 쓰면서 운전에 적응해 나갔다.


내 생애 첫차 덕분에 나는 많은 여행지를 다녔고, 많은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더불어 서투른 초보자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생애 첫 차, 프라이드는 나의 보물이었다.


처음 한 발을 들여놓으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몸에 베이는 때가 찾아온다. 지금은 어색했던 운전이 어색하지 않은 형태로 몸에 많이 베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가졌던 마음과 자세를 늘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을 잊어버리고 방심하는 순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뚜벅이라 빈번하게 핸들을 잡지 않더라도, 간혹 운전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처음에 가졌던 태도와 자세를 잊지 말고, 운전에 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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